망신을 당하면 웃긴다. 그러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망신을 당하는 걸 두려 하지 말라. 대신에 어떻게 하면 망신을 제대로 당할 수 있는가를 연구하라.
고등학교 시절 전교학생회장을 지낸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이 어느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가재도구와 세간살이를 다 때려 부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요구사항은 의외로 간단했다.
__엄마, 나 새 빤쓰 사줘!
석봉 모가 나섰다.
__석봉아, 그렇게 성질부터 부리지 말고 자초지종을 얘기 하거라.
사단인 즉 이랬다. 전교생이 다 모인 강당에서 한모씨의 아들 모석봉군은 학생을 대표하여 바지를 내려보여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안타깝게도 때마침 그의 빤쓰 엉덩이에 농구공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던 것이었다.
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들. 지나가던 새들도 웃고, 쥐 구멍속의 쥐들도 웃고, 양호선생도 웃고, 새까만 후배들도 웃고, 선생님들도 웃고, 유리창문도 웃고, 공기도 웃고, 강당 바닥이 다 일어나 웃고, 하늘도 땅도 웃는 소리!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개망신!
이 전교학생회장! 얼굴 들고 학교를 끝까지 다녔을까? 물론 그랬다. 누구였을까?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다.
망신도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이다. 이 정도는 돼야 진정한 쪽팔림의 반열에 드는 사건이다. 모름지기 남을 웃기려는 자는 이런 것도 까발려야 한다. 망신과의 동거! 웃기는 자. 그에게는 언제든 부채살처럼 뻗칠 수 있는 망신살. 이게 필요하다. (우리 살람 오랜 만에 넘버쓰리 송강호 톤을 써본다해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