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를 찾아서> 보셨습니까? 전 아이들 때문에 거짓말 좀 보태서 한 백 번은 본 것 같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지요. (이하 스포일러입니다.)
‘니모’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스쿠바 다이빙을 즐기는 치과의사에게 잡혀갑니다. 눈 앞에서 아들이 잡혀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아빠는 망연자실해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아들을 찾아나섭니다. 그 길?에서 아빠 물고기는 심한 건망증 증세가 있는 ‘도리’라는 이름의 파란 ‘아줌마 물고기’를 만나게 되고 둘은 이후 함께 행동을 합니다. 일종의 ‘물고기 버디’ 무비인 셈이죠.
그런데 ‘도리’는 언어적 재능이 뛰어난 물고기입니다. 알파벳을 읽을 줄 알고, ‘고래말’을 할 줄도 압니다. 당연히 이 재능은 아빠 물고기가 ‘니모’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편, 시드니의 한 치과병원의 수족관에 잡혀온 니모는 ‘바다 출신’이라는 것으로 일단 좀 먹고 들어갑니다. 다른 물고기들은 출신지가 고작 다른 수족관이거나 쇼핑몰이거나 인터넷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역시 ‘바다 출신’의 대장 물고기가 있습니다. 그들은 ‘오 갈 데 없는 물고기 클럽’을 조직하고 서로 위하며 살아갑니다.
‘니모’는 곧 ‘달라’라는 이름의 치과의사의 조카에게 선물로 주어질 운명입니다. 문제는 이 조카가 수족관 물고기들에게는 악명높은 아이라는 겁니다. ‘흔들어서 물고기를 죽인 아이’라는 것이죠. 이 아이는 치과치료 중으로 ‘보철’을 한 모습이 물고기들 눈에는 정말 극악무도하게 보입니다. 아무튼 니모에게는, 그리고 수족관의 물고기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그리고 이 치과병원에는 펠리칸이 드나듭니다. 그는 치과의사의 치료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나름대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펠리칸입니다. 그도 영화의 나레이티브 전개상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줄거리 얘기는 이쯤 하겠습니다.
어쨌든 이 ‘니모를 찾아서’를 자꾸 보다보면 대사들이 감칠맛이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__지금부터 최대한 더럽게 행동해. 생각도 더럽게 하고.
__이름만 광대지. 끼가 없어.
__입만 살았지. 움직이지들을 않어.
__이 얄미운 정수기야.
__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__왜 안무섭겠어. 상언데…
__광대물고긴데 진짜 안 웃겨.
아이들은 이제 영화의 대사를 전부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언’이가 자꾸만 틀어달라고 해서 나머지 식구들도 어쩔 수 없이 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p.s.
편집자 모드에서 Entry를 뒤져보니 ‘응가하는 물고기’가 2004년 2월 29일 날 draft로 되어있군요. draft 상태이니 쓰다 만 것일테고 그때 무슨 이유가 있어서 저 따위로 제목을 붙였을텐데 잘 기억이 안나는군요. 나중에 생각나면 생각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