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얄미운 신이시여! 어찌하여 제게는 성공하는데 필요한 큰 수단 하나를 아니 주시었나이까, 에?

그녀가 얘기를 끊었다가 무슨 공상을 하고 있는 듯이 피아노를 바라보고 말했다.
「당신, 음악 좋아하세요?」
「매우 좋아합니다.」
으젠은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송구스러운 생각에 얼굴이 빨개지고 정신이 없어져서 대답했다.
「노래도 부르세요?」
그녀가 말하며 피아노로 가서 저음 <도>에서부터 고음 <파>까지 건반 전부를 세차게 두드렸다.
「못 부릅니다, 부인」
레스토 백작은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안됐군요. 당신에게는 성공하는 데 필요한 큰 수단 하나가 부족하군요. <사랑하는 자여, 사랑하는 자여, 절망하지 말아라>」
그녀가 노래를 불렀다.

─ “출처: 밝히기싫음”

어니


아빠, 이거 찌거봐. 아빠, 이거또 찌거봐

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은 경찰들이
동교동 철길 옆 볕 좋은 곳에 이불을 널어 놓았다
나는 무전기를 보면 갖고 싶다
할머니 세 명이 철길 옆에 쭈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하고 있다
때묻은 이불에 경찰 마크가 선명하다
예전에는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을 싣고 가는 기차가 다녔다
어느 날 동네형들이 샛강에 다녀온 것을 자랑했지만
내게 샛강은 너무 멀었다
그 다음 날도 그들은 샛강에 갔다
나는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숨어 있는 책>에 가면 1,000원 짜리 책이 많다
저기요, 이 근처에 여성인력개발원이라고 있나요?
30대 초반의 여자가 내게 길을 물었다
산울림 소극장은 20년째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고도는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여태 안 오는가
기다리면 오기는 오는가
나는 이곳에서 <프시케, 그대의 거울>을 관람한 적이 있다
어떤 고해상도 스캐너라야 나를 제대로 스캔할 수 있을까
어제 밤에 하나의 이야기를 세 가지 플롯으로 재구성했다
결말은 잠과 더불어 흐지부지해졌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