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은 경찰들이
동교동 철길 옆 볕 좋은 곳에 이불을 널어 놓았다
나는 무전기를 보면 갖고 싶다
할머니 세 명이 철길 옆에 쭈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하고 있다
때묻은 이불에 경찰 마크가 선명하다
예전에는 당인리 발전소로 석탄을 싣고 가는 기차가 다녔다
어느 날 동네형들이 샛강에 다녀온 것을 자랑했지만
내게 샛강은 너무 멀었다
그 다음 날도 그들은 샛강에 갔다
나는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숨어 있는 책>에 가면 1,000원 짜리 책이 많다
저기요, 이 근처에 여성인력개발원이라고 있나요?
30대 초반의 여자가 내게 길을 물었다
산울림 소극장은 20년째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고도는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여태 안 오는가
기다리면 오기는 오는가
나는 이곳에서 <프시케, 그대의 거울>을 관람한 적이 있다
어떤 고해상도 스캐너라야 나를 제대로 스캔할 수 있을까
어제 밤에 하나의 이야기를 세 가지 플롯으로 재구성했다
결말은 잠과 더불어 흐지부지해졌다
흘러가는 것은 흘러갈 것이었나

Posted in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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