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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지음), 김욱동(옮김), <<앵무새 죽이기>>, 문예출판사, 2003(1판 10쇄)
나이 들어서 읽는 성장소설은 참 맹숭맹숭하다. 끝.
p.s.
이를테면, 네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낮술이라도 한 잔 걸쳤을지도 모르겠다.
<<앵무새 죽이기>>를 보면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는 구절이 나오지…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 저 말을 인용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앵무새 죽이기>>를 보면 “언젠가 아빠는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는 문장이 나오지…
그러나 사실은 이것도 부족하다. 이렇게 해야한다.
<<앵무새 죽이기>>를 보면 이런 말이 나와. 들어봐. “2학년은 썰렁했지만 오빠는 내가 상급반이 되면 학교 생활이 좀 나아질 거라고 했다. 오빠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6학년에 올라가서야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배운다고 했다. 오빠는 6학년이 되면서부터 마음에 들어했다. 짧게나마 이집트 시대를 배웠는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 오빠는 한 팔을 앞으로 내밀고 다른 한 팔은 뒤로 뻗치고 한 발을 다른 발 뒤에 놓은 채 몸을 낮추고 한 참을 걸어갔다. 오빠 말로는 이집트 사람들이 그렇게 걸었다는 거다. 그런 식으로 걸어다녔다면 그들이 어떻게 무슨 일인가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오빠는 이집트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발명해냈다고 설명했다. 화장지도 발명해냈고, 영원히 썩지 않는 미라도 발명해 냈고 말이다. 그들이 그런 것들을 발명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겠느냐고 물었다. 언젠가 아빠는 나에게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인용하고 싶은 구절은 말이지 이 부분이야. 즉 “형용사를 몽땅 빼버리고 나면 사실만 남게 된다”는 부분 말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이를테면,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에서 형용사를 빼버리는 일은 쓸쓸한 일이다. “그림자”만 남는다.
방금 도착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 중고 자전거
지난 연말,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어느 빌어먹을 분께옵서 아이들의 자전거를 슬쩍 가져가시었다. 시절은 겨울이고, 날은 춥고 하여 새 비히클 장만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듣자하니 봄이 오긴 온다 길래 옥션에서 중고로 하나 구했다.
이걸 보고 좋아하며 아빠에게 뽀뽀해줘 할 아이들은 어젯밤에 할머니네 가서 없고, 아내는 쇼핑 가시어서 아니 계시옵고…….
나는 찬밥이나 한 술 떠야겠다. 오늘 밥에도 짠지가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