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올 것이 왔다.
올 것이 오기는 왔는데
왔다가 그냥 갔다.
가기는 갔는데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은 없다.
올 것은 또 올 것이다.
그때는 그냥 가지 않을 것이다.

작품명: 걸리버 여행기


─ 이나우 作

방과 후에 학교 도서관 갔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틀림 없이 나를 짝사랑하지만 말할 용기가 없는
어느 멍청한 녀석이 그랬을 거야.
그래도 그렇치 치사하게 운동화를 훔쳐 가냐.
실내화 없었으면 집까지 완전 맨발로 걸어갈 뻔했네.

무심

딸아이가 무심이 뭐냐고 물어 왔다.
기념으로─이게 무슨 기념할 만한 꺼리가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다만─크게 쓴다.

無心

두고두고 보면서 “파지음경”하고 반성하자는 뜻이다.

p.s.
그리고 조 위에 있는 ‘밑천 다 떨어졌다’는 지금 보니 ‘밑천 다 거덜났다’가 낫겠다.
아니면 ‘밑천 다 드러났다’도 나쁘지 않고…
무슨 밑천이냐고 ‘구지비’ 물으신다면 ‘존재의 밑천’이라고 말하겠어요.

코딱지

엄마, 내가 5백원만 주라, 그러면 왜, 그래야 돼. 그러면 내가 딱지 사게, 그럴거야. 그러면 무슨 딱지, 해. 그러면 내가 코딱지 그럴거야, 알았지? 엄마.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헤헤. 재밌다. 기언아. 왜? 5백원만 주라. 왜? 딱지 사게. 무슨 딱지? 코딱지. 에이, 더러워. 엄마, 엄마, 난 엄마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