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내게로 왔다

대학 때 정현종 시인에게서 수업을 들었다. 그 때 파블로 네루다를 읽었다. 거기에 “시가 내게로 왔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는 내게로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어제 밤 꿈에 닭이 내게로 왔다. 정확히는 닭이 내게로 왔다는 문장이 내게로 왔다.

닭이 무슨 죄가 있겠나 싶어, 개가 내게로 왔다고 바꾸었다가, 개는 또 무슨 죄가 있겠나 싶어, 닭도 개도 아닌, 물론 시는 절대로 아닌, 뭔가 격렬하면서도 치졸하면서도 코믹하면서도 쓸쓸한 의미를 가진, 일음절의 낱말을 하루 종일 찾았으나 허사였다.

우우, 시는 내게로 오지 않고 닭이 내게로 왔다. 그나마 닭이라도 온 게 어디냐.

오늘 밤에도 후라이드 치킨이 바람에 스치운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별 수 없어.

여보세요?
이서방이야?
예. 안녕하세요.
애들은?
할머니네 갔어요. 어제도 거기서 잤는데 하루 더 자겠다고 그래서요.
고생이 많으시겠네.
고생은요 무슨…
아까 어미한테는 얘기 했는데, 내일 저녁에 올 수 있나?
예. 내일은 별 일 없습니다.
그럼 저녁 때 와. 내 자네 올 수 있는지 그거 확인할라구 전화 했어.
아, 예에. 그런데 무슨 날이예요?
아니, 그냥 저녁이나 먹자구.
네에.
아들네만 데려다 먹이려니 또 그쪽이 걸려가지고 말이야. 부모는 죽을 때까지 별 수 없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