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학부형 노릇하기 힘들다

엊그제 공교육 공장에 마지막 원자재를 납품했다. 첫째 입학식 때는 나도 이제 학부형인갑다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콩알 맹키는 없지 않았으나, 셋째 차례가 오니 심드렁할 뿐이다. 입학식날 하늘만 푸르더라. 아무튼 뭐 시에서 첫째, 둘째 급식비는 지원해준다카고 또 셋째는 특기적성비를 얼마쯤 지원해준다카니 빈한한 가계에 큰 보탬이 되었음이다.

오늘 다저녁엔 낯선 사람으로 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내용인즉슨 아무개 아버지라카면서 합심해서 모범반을 만들어 가잔다. 모범반 거 조오치. 근데 이게 뭔 문자래? 연유를 확인해 보니 이거 이거 자식놈이 애먼 감투 하나를 쓴 것이었다. 내일은 팔자에 없는 임원 학부형 자격으로 아줌마들 틈에 섞여서 꼼짝없이 담임 선생한테 인사하게 생겼음이다.

가서 개성을 드러내자니 그렇고, 죽치고 앉아 있자니 그렇고, 변란이 따로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