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자 전쟁

아침 식탁에 앉았는데 완자가 있다. 오, 완자여! 너 본지 오래다. 맛을 보니 덜 익었다. 그러나 아내는 익었다고 말하고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괜찮다고 한다. 잠시 뒤 아내가 후라이판에서 방금 구운 완자를 더 가져다 놓는다. 그 중의 한 놈을 골라 반을 쪼개니, 나의 승리!, 덜 익은 게 눈에도 보인다. 봐, 덜 익었잖아, 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자 나는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른다. 아내가, 덜 익었으면 여보, 완자가 덜 익었으니 더 익혀줘, 하면 되지, 승질이야!, 한다. 그러자 정말 승질이 났다. 안 익을 걸 안 익었다고 말하는데 왜 니들끼리 편 먹고 나를 소외시키는데, 난 완자 안 먹어, 니들끼리 다 먹어, 해버렸다. 밴댕이 속알딱지 하고는. 아내가 중얼거린다. 좋다. 전쟁이다. 어차피 난 늘 고독한 늑대였으니까.

남은 밥을 꾸역꾸역 입에 넣어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식탁을 떠나와 책상 앞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사과를 깎아다 준다. 나는 또 안 먹어, 해버린다. 아내는 실실 웃으며 옹졸하기는, 하고 받는다. 전쟁이야, 전쟁! 어디 누가 이기나. 1: 4로 한번 붙어보자구. 이 말을 듣자 큰놈이, 언아, 무기를 준비해야겠다, 고 말한다. 작은 놈이 대답한다. 엉, 알았어, 형아!

나 혼자 토루쿠 막토가 된 기분이다. 이 전쟁은 완자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사의 한 챕터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p.s.
전세가 불리하다. 저쪽은 벌써 고성능 무기를 제작했다.

오늘의 문장

“문제 기술서를 작성하고 명사와 동사를 추출해서 각각을 클래스와 연산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음주 3종 세트

스누피 만화에 나오는 여자애─이름은 모른다 나는 아내 이외의 모든 여자의 이름을 잊었다─가 글 쓰는 스누피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한심하다. 내용과 글씨와 맞춤법이 막상막하로 한심하다.” 홀로 남겨진 스누피는 무덤덤하게 이렇게 생각한다. “그 셋은 함께 가는 거니까.”

한심하다. 술 퍼마시고, 다음 날 개고생하고, 억수로 후회하고… 한심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음주, 숙취, 후회, 이렇게 셋이는 함께 가는 거라고. 그런 거라고.

한 세트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봄/비/와, 비오는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2층 카/페/와,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빨간 체/리/차/는 한 세트다. 트위터를 여기저기 돌아보니 비온다고 한 마디씩 했길래 나도 한 마디 해보는 것이다. 비가 오면 미쳐 날뛰던 내 기쁜 우리 젊은 날은 어디로 갔나? ubi sunt

한 세트

운동하면 땀이 나고, 땀이 나면 씻어야 한다. 운동과 땀과 샤워는 한 세트인 것이다. 문제는 씻는 게 너무 귀찮다는 것. 버티다 버티다 못해 결국 씻고 와서 이걸 쓰고 있다. 개운하니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