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서울을 오고 가는 9401번 좌석버스에는 아침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실업자와 과거 실업자와 장차 실업자들이 올라탄다. 이들은 다시 자리에 앉아 가는 노예와 통로에 서서 가는 노예로 신분이 나뉜다. 몇몇 노예들은 아이폰을 꺼내 640 x 480 크기의 창을 통해,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노예들은 그냥 잔다. 출근 시간이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버스전용차로는 노예버스전용차로가 된다. 자도, 자도, 자도, 서울은 멀다. 5월의 아침 햇살이 눈부셔 지, 지, 지, 지, 지, 나는 잠을 깬다. 부조리는 한물 갔기 때문에 내가 뫼르소처럼 살의를 느꼈을 리는 만무하다. 요새는 <나는 가수다>가 대세이니, 산천이 의구한 것과도 같이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은 여전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너, 가 없으니 내 인생은 전쟁 같지도 않고 내 사랑은 위험하지도 않다, 고 생각하기로 한다. 오늘 아침에는 종로2가 YMCA 앞 버스 정류장에서 아침마다 빵을 먹던 노숙자가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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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에 아이폰에 끄적거려 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