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위네집 자전거 수난사

9. 28(수)
막내가 학교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오다. 그리하여 현관 앞에는 둘째 자전거만 달랑 한 대. 외로워라.

며칠 후, 막내가 분실했던 자전거를 찾아서 타고 오다. 그리하여 현관 앞에는 자전거가 예전처럼 다시 두 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2011. 10. 17(월) 낮
막내가 학교에서 자전거를 다시 잃어버리고 오다. 이건 뭐. 할 수 없이 지하 창고에 보관중이던 내 고물 자전거를 꺼내 자전거 포에 가서 새 튜브를 사서 낑낑거리며 교체하다.
어쨌든 현관 앞에는 자전거가 여전히 두 대.

같은 날 밤
수리해 현관 앞에 둔 내 자전거가 감쪽 같이 사라지다. 하루에 자전거를 두 대나 도둑 맞다니!
아무튼 현관 앞에는 다시 둘째 자전거만 달랑 한 대. 또 외로워라.

같은 날 늦은 밤
사라졌던 내 자전거가 돌아오다. 뭐지?
어쨌든 현관 앞에는 내 자전거 하나, 둘째 자전거 하나 이렇게 자전거가 다시 두 대.

10. 18(화)
막내가 분실했던 자전거를 다시 찾아서 타고오다.
오호, 이제 현관 앞에는 자전거가 무려 세 대. 자전거포를 차릴까?

10. 19(수)

막내, 누군가가 타이어 바람을 다 빼놓았다고 씩씩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다. 살펴보니 공기주입구 부품이 사라지다. 아이가 자전거를 힘없이 끌고 오는 것을 본 경비아저씨가 경비실 옆에 세워두웠던 폐자전거에서 부품을 빼서 가져다 주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펌프로 공기를 주입하다가, 아뿔싸, 뒷바퀴 튜브가 파열되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자전거포에 가서 새 튜브를 사다가 교체하다.
어쨌든 현관 앞에는 자전거가 다시 세 대.

같은 날 밤
이번에는 둘째 자전거가 소리 없이 사라지다. 뭐지? 뭐 하자는 거지?
그리하여 현관 앞에는 다시 자전거가 두 대.

같은 날 늦은 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사라진 둘째 자전거가 혹시나 돌아올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안 돌아온다는 데 한 표!

*****
11. 9(수)
막내 자전거 뒷바퀴 또 바람 빠진 채 돌아옴.

11.22(화)
막내, 자전거 다시 잃어버리고 옴.

잡채

집에 돌아온 아내가 말했다.
“잡채가 얼었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스티브 잡채?”
그러자 아내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