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산책을 하다가 무서운 생각을 떠올렸다. 그 생각은 너무 슬퍼서 어디에도 쓸 수 없다. 없었다.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잊겠다. 그 생각은 잊혀졌다. 잊혀질 것이다.

그만

차단당한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다. 이럴 줄 알았다. 차단당했으면 그만이고 알았으면 그만이고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이면 그만이다. 그만.

코발트, 니켈

아래 인용문에 등장하는 꼬마 정령들이 온갖 못돼 처먹은 장난을 치는 상상을 하며 나는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낄낄거렸도다. 그랬도다.

하기야 옛날부터 광산은 원래 신기한 곳이다. 땅속에는 꼬마 정령들이, '코볼트'(코발트!), '니켈'(니켈!)*들이 우글거린다. 이들은 호의적일 때도 있어서 곡괭이 끝에 보불이 묻어나오게 해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사람을 속이거나 현혹시키기도 한다. 또 평범한 황철광을 금처럼 빛나게 만들기도 하고, 아연을 주석으로 변장시키기도 한다. 실제로도 '착각.눈속임.현혹'을 뜻하는 어원을 지닌 광물 이름들도 많다.

*독일어인 코볼트(Kobold)와 니켈(Nickel)은 독일 전설 속의 땅속 꼬마 정령을 가리킨다. 이 말에서 코발트, 니켈이라는 금속 이름이 나왔다.(원주)

--프리모 레비, <<주기율표>>, p.99

오늘의 문장

바로 기억이라는 고통이다. 의식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순간 사나운 개처럼 달려드는,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잔인하고 오래된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연필과 노트를 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쓴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p.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