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疎通

내가 먹은 것을 네게도 먹여주고 싶은 것, 소통에의 욕망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내가 좋아하는 그 옛날의 홍탁을 너는 냄새난다고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것을. 너 아구찜은 좋아하니? 아니면 비오는 날의 파전은 어때? 동동주는?

질투 嫉妬

1.
“숙모는 나를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힌 뒤 빈센트 반 고흐의 기념 화집을 꺼내 무릎 위에 놓아주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나의 그림읽기Reading Pictures>>의 첫 번째 파라그래프에 나오는 문장이다. 내가 저 책에서 기억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다.

2.
녀석의 집은 한남동에 있었다. 빨간 벽돌집이었다. 녀석의 부모님은 집에 없었다. 나는 니스가 칠해진 연한 갈색 계단을 밟으며 녀석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두꺼운 커튼이 내려진 녀석의 어두운 방에는 침대가 있었고, 그 머리 맡에는 커다란 은색 일제스테레오가 있었고, 그 옆에는 검은색 헤드폰이 놓여있었다. 녀석은 가방을 팽개치자마자 그 스테레오에 에어 서플라이의 테이프를 쑤셔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내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었다. 나는 요금도 가끔 그때 들은 그 스테레오 사운드를 환청으로 듣는다.

질책

“자신의 마음을 질책하고 싶을 때는 육체를 질책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 마루야마 겐지

가래침

1.
내가 뱉은 가래침은 내가 봐도 더럽다.

2.
이라크에 파병을 하며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건, 남의 얼굴에 가래침 뱉고 그게 깨끗하다고 믿어달라는 거다.

3.
사실은 이런 비유조차 무책임할 수 있다.

4.
의미는 부여하는 것이고, 정의는 만들어 가는 거다.

5.
하지만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