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마음이 근질근질했다. 어쩌겠는가. 가려운 마음을 북북 긁으려고 아이들 꼬득여 산에 갔다가 결국엔 사고가 났다. 깍아지르는 암벽에서 3킬로미터를 굴러 떨어지며 온 몸에 찰과상을 입을 뻔하다가 그냥 왼쪽 발목만 다소곳하게 삐었다. 잠시, 여자들의 출산의 고통에 버금가는 통증이 있었을 뿐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 몸을 이끌고 하산해설랑은 아이들에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먹였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구워준 케이크 먹고 한 숨 자려는데 이번엔 나우가 놀이터 가자고 졸랐다. 그래 너도 마음이 가려운 모양이구나. 어쩌겠는가. 또 나가서 아이들 자전거 태워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느라 왼 발에 체중을 전부 실을 때마다 몹시 아팠다. 아비된 죄로 꾹 참고 골고루 태워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이제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저녁 내 깽깽이 발로 집안을 뛰어다녔다. 아내가 있는대로 구박을 하며 발 씻겨주고 맨소래담을 발라주었다. 하여 마음 근질근질한 건 나았는데 대신에 발목이 욱신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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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
밟지마. 우리는 이번 신호에 못 건너갈거야.
스팸 코멘트
근자에 들어 스팸 코멘트가 자꾸만 들러붙어
순진한 마음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함.
그러나 이 조치도 스팸 코멘트를 막는 데는 효과가 없었음. 결국엔 다시 해제함. 다른 방법을 찾아보야야 함. 귀찮음.
태권도 유감 1
지난 토요일에 나우의 태권도 승급심사를 보러갔다. 나우가 다니는 태권도장의 총관장이 심사를 맡았다. 웃기는 짓이다. 그의 말로는 심사위원 초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웃긴다. 하기는 ‘밤띠’에서 ‘빨간띠’로 격을 올려주는 데 굳이 외부인사를 불러와야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외부인사라고 해봐야 여전히 그밥에 그나물일테니.
승급심사는 일종의 쇼였다. 스펙터클말이다. 진짜 대련, 송판 부수기, 발차기, 줄넘기, 음악에 맞춰 화려한 동작 보여주기 등등. 그리고 마케팅 행사장이었다. 태권도 8단의 사범님, 엄청 좋은 말쌈 많이 하시었다. 기억나는 것만 대충 옮겨보자면 이렇다.
일주일에 2권씩 책을 읽으면 일년이면 거의 100권입니다. 책 백권을 읽으면 대학생 부럽지 않죠. 아이들 공부때문에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저희 도장에서 1년 이면 저렇게 됩니다. 운동신경이 좋은 아니는 8개월에도 가능합니다. 태권도 배우면 키 안 큰다는 말이있는데 그거 다 헛소리예요. 등등.
그래야 장사가 된다는 건 알겠는데 뒷맛이 씁쓸하다.
아, 내가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닌데…
아무튼 오늘은 이만 하련다. 나중에 보자.
내 인생의 트라우마
가는 길 몇 미터 전방에
슬그머니 떨어지는 잎새 하나
놀래라, 날더러
어찌 지나가란 말이냐
지나온 길 몇 백미터 후방에
아득해라, 어릴적 내가 우두커니 서있다
나는 길에서 아버지를 두 번 만났다. 풍덕천 신작로에서 큰할머니네 황소를 빌려 끌고오던 아버지와 원효로 중국집 앞에서 짐자전거를 타고가던 아버지. 황소를 끌고오던 아버지를 보았을 때 나는 네 살이었고 혼자였다. 짐자전거를 타고가던 아버지를 보았을 때 나는 열두 살이었고 친구와 함께 있었다. 아버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울었고 아버지를 두번째 보았을 때 나는 외면했다.
내 인생의 절반은 공백기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