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에 마음이 근질근질했다. 어쩌겠는가. 가려운 마음을 북북 긁으려고 아이들 꼬득여 산에 갔다가 결국엔 사고가 났다. 깍아지르는 암벽에서 3킬로미터를 굴러 떨어지며 온 몸에 찰과상을 입을 뻔하다가 그냥 왼쪽 발목만 다소곳하게 삐었다. 잠시, 여자들의 출산의 고통에 버금가는 통증이 있었을 뿐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 몸을 이끌고 하산해설랑은 아이들에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먹였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구워준 케이크 먹고 한 숨 자려는데 이번엔 나우가 놀이터 가자고 졸랐다. 그래 너도 마음이 가려운 모양이구나. 어쩌겠는가. 또 나가서 아이들 자전거 태워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느라 왼 발에 체중을 전부 실을 때마다 몹시 아팠다. 아비된 죄로 꾹 참고 골고루 태워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이제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저녁 내 깽깽이 발로 집안을 뛰어다녔다. 아내가 있는대로 구박을 하며 발 씻겨주고 맨소래담을 발라주었다. 하여 마음 근질근질한 건 나았는데 대신에 발목이 욱신욱신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