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1


2008. 2. 6. 사진인데 이제 따위네 조직원들은 이렇게 자지 않는다.
딸아이는 혼자서, 아들 녀석들은 둘이서, 나는 아내와 잔다.
다 이유가 있다.

오늘의 문장

“자신만의 ‘목소리'(짖는 소리라도 괜찮아, 스누피야!)를 찾아라.”

─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p56

2007년 여름, 수첩

나는 스님이 찾아오면 교회 다니는 집이 되고 교인이 찾아오면 절에 다니는 집이 되는 분식집이다.

난 자전거야. 엔진 달린 놈들하고는 안 놀아.

이 꽃에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이 꽃이 당신을 장악할 지도 몰라요.

어떤 냄새

어제는 큰아들 생일이었고 오늘은 딸아이 생일이고 내일은 작은아들 생일이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검소하게 샐러드바만 이용했다. 아이들은 애먼 주스하고 아이스크림으로 헛배만 잔뜩 불린 다음, 대기실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데, 나는 본전을 뽑겠다며 5차 시기, 6차 시기, 7차 시기에 도전했다. 그런 날 보며 아내가 뿌듯해 했다.

자식 하나 있는 집은 이런 데 와도 부담이 없을 거야. 그래 맞아. 너는 왜 그렇게 주착 맞게 줄줄이 낳았냐? 적당히 좀 하지. 야, 내가 낳았냐? 니가 씨 뿌렸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 배는 불러 죽겠는데 여기저기서 주방에서 갓 내온, 지글거리는 스테이크 냄새가 풍겨오니까, 군침이 돌면서 그게 또 먹고 싶어 진다. 우우, 저, 스테이크 한 조각만 먹을 수 있다면 메피스토펠레스에게 그까짓 영혼이 아니라 영혼의 할애비라도 팔겠나이다.

우리도 스테이크 하나 시켜 먹을까? 배 안 불러? 부르지. 근데 또 먹고 싶어? 응. 냄새 죽인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소고기라는 게 이렇게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어서 저들이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생각이 또 널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그 어떤 문명도 설탕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설탕이 그토록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그 수 많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죽어라고 패가며 설탕을 만들게 시킨 거라는 것. 책 제목은 잊었다.

에라, 연어나 한 접시 더 먹자.

집에 돌아와 혹시나 책 제목을 찾을 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지다가 “백색 결정의 공포“라는 글을 읽었다. 설탕을 소화시키려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밤에도 스테이크 냄새가 바람에 스치운다.

p.s.
인간과 SCV의 공통점은?
살아 있는 동안 죽어라 미네랄을 캐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