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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비유하면 웃긴다

비유하면 웃긴다. 물론 모든 비유가 웃기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비유하면 웃긴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웃기게 비유하면 웃긴다. 그따위 소리 누가 못해! 누가 따위넷 아니랄까봐, 하시겠지. 안다. 이는 거의 웃기면 웃긴다, 는 말하고 같은 말이다.

허면 하나만 물어보자. 웃기면 웃긴다, 는 문장을 뭐라 부르는 줄 아는가. 동어반복! 맞다. 그러면 논리학에서는 뭐라고 그러는 줄 아는가. 동일률. 딩동댕동! 동일률이란 가령, 따위는 따위다. 즉 따위는 따위가 아닌 것은 아니다. 뭐. 이런 걸로 알고 있다. 이른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이다.

이상타. 오늘 공부 너무 많이한다. 다 이유가 있다. 비유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공부한 거다. 비유란 무엇인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나는 소박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유란 동어반복이 아닌 어떤 것이다, 라고 말이다.

비유란 빗대어서 말하는 것이니 ‘본래의 것’과 ‘빗대는 것’을 나란히 놓는 것이다. 그러니 ‘따위는 따위다.’와 같은 문장은 비유가 되지 못하고 ‘따위는 바위다.’와 같은 문장은 적절한 비유가 된다. 그러나 ‘따위는 애 셋 아빠다.’와 같은 문장은 비유가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사실판단’이라고 하는 것이고, ‘따위는 멋지다.’와 같은 문장은 ‘가치판단’이라고 하는 것이니, 저런 문장을 비유와 헷갈리면 교양을 의심받는다. 이쯤 하자.

물론 우리의 목적은 수능이 아니라 “그저 죽자사자 무작정 웃기기”이니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친 김에 수사학에서 말하는 비유에는 은유, 직유, 환유, 제유, 대유, 풍유 등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넘어가자. 그럼 각각의 비유를 맛뵈기로 맛 좀 보자.

아니할 말로 누가 나에게 개님아, 하고 욕을 한다면(나쁜 놈) 이건 “따위, 너는 개다.”라는 비유가 된다. 이거 은유다. 수능보던 시절로 돌아가 얘기하면 은유란 원관념을 말하기 위해서 보조관념을 사용하는 거다.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하니 혹시 아니 그럴수도 있다.) 즉 ‘따위’과 ‘개’는 어떤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 특징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는 거다. 그 숨어 있는 특징이 혹시 성격좋다, 는 건가?

기실 은유란 비리를 은폐하다, 할 때의 숨길 ‘은’자와 깨우칠 ‘유’자를 쓴다. 즉 드러나지 않게 은근히 깨우쳐 준다는 뜻이다. 나는 “내 마음은 호수요.” 뭐 이딴 걸루 은유를 배웠던 거 같다.

직유는 직접 깨우쳐 준다는 뜻이니 상스럽기는 하지만 가령, 누가 따위에게 엿(보다 더 심한게 있지만 교양을 생각해서 꾹 참는다.)같으신 분, 하고 욕을 한다면(역시 나쁜 놈) 이건 직유다. 지금 기억나는 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직유야 뭐 우리집 애 셋 빼고는 모르는 사람 거의 없으니 이쯤하고.

(에궁, 졸리다. 나머지는 다음에 또 하자. 다들 이 따위의 꿈을 꾸기 바란다. 싫음 관두구.)

(시작했느니 끝을 봐야지.)

환유는 ‘환’자는 ‘바꿀’ 환字이니 본래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을 말한다. 넘버 쓰리에 나오는 조폭 재철(박상면)이는 주요 공격 무기가 ‘재떨이’이다. 사람들은 그를 부를 때 멀쩡하고 예쁜 ‘재철’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놔두고 쌍스럽고 품격 한 참 떨어지는 ‘재떨이’라고 부른다. 이게 환유다. 그러니 웹에서 쓰는 ‘닉’도 환유라 하겠다. (참고로 사람을 때려도 맨주먹으로 때리면 그냥 폭행이지만 ‘재떨이’를 사용해서 때리면 특정법죄가중처벌법이라나 뭐라나에 따라서 가중 처벌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업계’에서 쓰는 별명들, 가령 가리봉동의 쌍칼이라거나 신사동 밤안개라거나 상도동 똥개라거나 하는 것들이 대충 다 환유다.

제유는 ‘끌’ 제字를 깨우칠 ‘유’자를 써서 제유라고 하니 흔히 하는 설명으로 ‘부분으로 전체를’ 의미하는 게 제유라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들”이 “국토전체”를 의미하는 제유라고 배웠던 거 같다. 뭐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빵’은 ‘식량’을 의미한다는 것도 있구.

대유는 환유와 제유를 통틀어 말할 때 쓰는 거구. 정말 그만 할란다. 모든 설명은 지겹다.

자, 폐일언하구, 비유하면 웃긴다. 웃기는 사람은 비유를 잘 쓴다. 몇 가지 예를 들겠다. 아래의 예는 이문구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에서 슬쩍했다.

“우덜 같은 지게공학과 출신은 허리가 두 토막이 나게 뛰어봤자 잘되어 새마을 지도자로 짹허는 겨.” p240

“중 본 전도사 낯짝.” p215

“물 마신 입으로 술 마신 소리 흘른다.” p201

“꼭 말을 허야 알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더라구 허는 늠치구 사시나무 본 늠 없구, 소태처럼 쓰더라구 허는 늠치구 소태나무 먹어본 늠 없는 식으루, 소리 안 나게 가만가만 돌어댕기는 늠이 진짜라구.” p186

“넘은 자는 말 허는디 죽는 말 허구 있네. 시방 말을 먹구 있는 겨 듣구 있는겨. 뻗치는 것허구 뻐드러지는 거허구가 워째서 같어.” p108

“사램이 개헉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티 지면 개만두 못헌 늠이구, 개허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을 허라구유?” p78

“지가 입었으면 잠자리 날갠디 내가 입어서 풍뎅이 날개란 얘기구먼.” p25

꿈을 볶는 커피집 ‘비미남경 이야기’

이동진 지음, <<꿈을 볶는 커피집 ‘비미남경 이야기’>>, YoungJin.com, 2004

내가 다닌 고등학교 앞에는 ‘태평양’이라는 이름의 다방이 있었다. 이름이야 너른 바다를 따서 한없이 넓었지만 그 안은 늘 아이들로 북적거렸고, 해서 좁아터졌고, 어두컴컴했고,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음악소리가 시끄러웠다. 그곳에서 나는 뻐끔 담배를 피웠고 커피를 마셨다. 다방커피. 그것도 없어 못 마셨다. 대개는 커피 한잔 시켜놓고 친구들과 오랫동안 ‘꼰대’들 흉을 보거나 ‘계집애들’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당구장으로 농구장으로 혹시는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가야 하는 다락방 같은 술집으로 낮술을 마시러 가곤 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약속다방’이라는 이름의 다방이 있었다. ‘태평양’까지 가기가 귀찮을 때 더러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역시나 다방커피. 그곳에 모여 지리산으로의 겨울여행을 모의하기도 했고, 함께 지리산에 다녀온 친구의 부음을 듣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군대 옆에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다방’이 있었다. — 그래 나 방위다. 어쩔래? — 방위에게 딱 어울리는 특수임무를 맡은 나는 오전에 부대 밖으로 외출을 나왔다가 그 다방으로 기어들어가서 시간을 죽이곤 했다. 다방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할 줄 아는 몇 개 안 되는 재주 중의 하나인 금붕어와 대화하는 법도 그때 익힌 것이다. 플라스틱 해초가 넘실대는 어항속의 금붕어 신세나 팔팔 피끓는 청춘으로 군대 출퇴근해야 하는 내 신세나 거기서 거기라서였을까. 우리는, 내 말은 그러니까 금붕어와 나는, 어쩌면 말이 통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디 이뿐이랴. 그동안 내가 스쳐왔거나 나를 스쳐간 그 많은 역전다방, 독다방, 티롱다방, 음악다방들이여! 거기서 내가 마셨던 다방커피들이여! (웬 느낌표) 솔직히 커피 마실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소주 한 병 마시는 게 훨씬 나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미팅하면서 마시는 커피 값이 세상에서 젤로 아까웠다. 술이 몇 병인데…

질 좋은 커피에 대한 책을 읽으니, 질 나쁜 커피를 마셔대던 지난 시절이 떠올라 몇 마디 떠들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이대 앞 대한민국 스타벅스 1호점의 “맞은 편 계단 골목 밑”에서 ‘비미남경’이라는 이름의 커피집(혹은 커피 하우스)을 운영하는 저자의 커피사랑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백화점 입점이니 좋은 원두공급이니 하는 건 잘 모르겠고 커피에 관한 한 참 지극정성이다, 싶다. 몇 구절 인용하고 땡치고, 이따위 날림 독후감 쓰느니 가서 찐한 커피 한 잔 쓸쓸하게 마시며 청승이나 떨다가 오는 게 낫겠다. 사무실에서 멀지도 않고. 뭐 때마침 장마비도 추적추적 오고. 비온다고 술먹자는 놈도 없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원두커피 중 블루마운틴이라고 이름 붙어있는 것의 90%이상은 가짜이거나 블루마운틴을 아주 소량만 섞은 블렌딩 커피일 가능성이 크다. 유명 백화점에서도 블루마운틴 블렌딩 커피를 100% 블루마운틴 진품인 양 당당히 팔고 있는 형편이니 일반 시중에서는 어련하겠는가.”

“우리가 잘 아는 ‘헤이즐럿 커피’의 ‘헤이즐럿’도 실은 커피의 한 종류가 아니라 개암나무의 열매이다. 게다가 헤이즐럿 커피의 경우 천연 개암나무 열매의 향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화학적 향기를 입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커피 문화의 형성은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스턴트커피가 시장 점유율이 원두커피보다 높은 나라이다. 실제로 인스턴트커피가 시장의 95% 시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가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령하고 있다고 하겠다. 원두커피 시장인 5%도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와 테이크아웃 커피의 열풍을 일으켜 그나마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스턴트커피의 편리함도 이유가 되겠지만 한국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턴트커피라는 상품이 세계최초로 상용화 된 나라가 한국이며 첫 시험 무대가 한국전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p.s.
커피집 이름이 저 모양으로 해괴괴상요상망측한 이유는 이렇다더라.
“비미남경(妃美男慶)은 1998년 일본의 커피장인 호시노씨의 도움을 받아 재일교포 마쯔바라씨가 처음 세웠다. 커피집을 떠올리기 힘든 이 비범한 이름은 바쯔바라씨의 자녀들 이름을 한 자씩 따서 만든 것으로, 여기에는 자녀들이 훗날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곳이 자신의 뿌리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쯔바라씨의 뭉클한 고국사랑이 담겨있다.”

빈정거려서 미안타만 참 고국사랑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비미남경이 뭐야. 비미남경이. 마케팅의 기본은 brand naming인데, 이름을 저 따위로 해가지고서는, 그래도 뭐 장사만 잘 된다고 하니 할 말은 웂지만서두.

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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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7월, 집, fm2 nikkor 50mm 1.4f fuji superia autoauto 200

소나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우르르 몰려와 소나기를 갈겨대기 시작한다. 맨살의 아스팔트, 살점 뚝뚝 떨어지고 풀잎들, 시퍼렇게 멍든다. 비닐우산, 너덜너덜 해진다. 잠시 후 비는 그치고 태양이 구정물과 흙탕물과 핏물과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을 야유하고 위로하며 적외선과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내리갈긴다. 지상은 무슨 일 있었냐는듯 그냥, 저하던 낮은 포복이나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