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내부는 텅 비어있다.

어제 낮에는 홍익문고 옆골목에서 무릅꿇고 엉엉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자기 뒤에 버티고 서있던 사내에게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절규하면서. 그러나 사내는 냉담했다.

요즘은 잠들어도 잠들지 못한다. 잠든 의식도 되풀이해서 뭔가를 생각한다. 잡념이다. 아침마다 나는 그 잡념들을 넘겨 받는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23분, 부엌 창문으로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에 어떤 승용차가 자신의 내부를 환하게 드러내 놓고 무심하게 서있다. 그래 내 속은 이렇게 생겼다. 볼테면 얼마든지 봐라, 하는 것 같다. 모든 내부는 텅 비어있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벅 모스(지음), 김정아(옮김),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문학동네, 2004

요즘은 뭐를 써도 쓸 수가 없다. 짧게 메모한다.

내 고민은 갈수록 ‘정치’와 만난다. 지나보면 아는데 지나보기가 힘들다. ‘지나보면 아는 것’이 역사라면 ‘지나보기’는 당대의 삶일 것이다.

지진이 슬쩍 건드려본 당대의 한반도. 노무현은 리움엘 갔고, 욘사마는 독도때문에 입장이 난처했다.

“과거는 유령처럼 현재 위를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