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디트리히 슈바니츠(지음), 인성기 외(옮김), <<사람이 알아야할 모든 것, 교양>>, 들녘, 2001(초판 1쇄), 2002(초판 30쇄)

내가 읽은 판본이 초판 30쇄이니 제법 많이 팔렸다. 엄청 두껍다. 부제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인데 태반은 모르는 것이니 나는 사람도 아닌가, 라는 생각을 3초간 했으나 그러지 않기로 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거의 읽지 않았고 2부는 다 읽었다. 그 중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의미를 언어 형태로부터 걸러낼 수 있는 사람만이 의미에 다른 형태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건가?
그것은 일상의 의사소통이 우리에게 이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교사가 자신의 교실로 막 들어가려는 데 교실에서 “으악”하는 고함소리가 들린다고 치자. 그가 문을 와락 열어 젖히자 바보 같은 학생 몇 명이 모여서 이를 허옇게 드러내며 씨익 웃고 있다. 교사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이제 이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르게 대답하는 두 학생, 에밀과 알베르트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에밀이 말한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여기 이 알베르트가 저한테 ‘암퇘지 같이 겁 많은 놈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뭐라구 똥구멍 같이 더러운 놈아! 한 번만 더 말해봐. 네 주둥이를 묵사발로 만들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저한테 ‘너는 겁이 많아서 아마 있는 힘을 다해 큰 소리도 못지를 거야. 어디 한 번 내기해 볼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아, 진 사람이 이긴 사람 무등태워 주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여기 있는 카를 하인츠 한테 ‘봐라. 지금 에밀이 꽁지를 슬슬 빼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내가 꽁지를 뺀다고’라고 말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저는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반면에 알베르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고 치자.
“우리는 에밀이 정말로 있는 힘을 다해 크게 소리를 지를지, 아니면 안 지를지에 대해서 한심한 내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이 두 학생 중에서 누가 더 똑똑한 학생일가?

나는 내 아이를 시험에 들게 했다.
“아빠가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텐데 그걸 간단하게 요약해봐. 알았지?”
“응.”
“아빠는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자다가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다시 자다가 일어나서 저녁을 먹고 책을 보다가 다시 잤어. 그리고 일어나 보니까 아침이었어.”

오늘의 문장

“꽃들은 사시사철 비바람을 맞으며 바깥에서 산다오, 그들에겐 집이 없지.”

아빠는 아침마다 왜 그래?

아침에 눈을 뜨니 또 독수공방으로 저 캄캄한 밤을 보냈다는 게 문득 억울하다.
득달 같이 안방으로 달려가 아내 옆에 눕는다.
나우는 학교 가고 나머지는 어제 밤에 내가 특수 제작해 준 사제 고무줄 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으이구 저 게으름뱅이 아빠가 어느 세월에 일어나 고무줄 총알 사다 주나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면서…
잠시 후 두 놈이 쪼르르 달려온다.

엽: 아빠, 아빠는 아침마다 왜 그래?
나: 아빠가 뭘?
엽: 응, 왜 아빠는 아침마다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어?
언: 맞아.
나: 킥킥킥킥……

짜가 코페르니쿠스

아침 식탁에 앉았는데 언이가 옆에 와서 밥 한 술 달란다.
밥 한 술 퍼주며 묻는다.
“언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
그리곤 입을 쫘악 벌린다.
(좋아 좋아 많이 많이 먹어라 어이구 내 새끼)
그랬는데 웬걸 밥 한 술 얻어 먹고 돌아서서 녀석이 하는 말
“흥, 난 엄마가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