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세 편

여기는 속초 생선
회가 겁나게 싱싱
하구려

여기는 강릉 경포
호 물이 맑고 맑
구려

여기는 경포대 횟
집 스끼다시가 예
술이오

카수

singer

&

언: 아빠, 공룡은 약속을 못해.
나: 왜?
언: 손이 없잖아.

근질근질 욱신욱신

가을빛에 마음이 근질근질했다. 어쩌겠는가. 가려운 마음을 북북 긁으려고 아이들 꼬득여 산에 갔다가 결국엔 사고가 났다. 깍아지르는 암벽에서 3킬로미터를 굴러 떨어지며 온 몸에 찰과상을 입을 뻔하다가 그냥 왼쪽 발목만 다소곳하게 삐었다. 잠시, 여자들의 출산의 고통에 버금가는 통증이 있었을 뿐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그 몸을 이끌고 하산해설랑은 아이들에게 짜장면과 탕수육을 사먹였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구워준 케이크 먹고 한 숨 자려는데 이번엔 나우가 놀이터 가자고 졸랐다. 그래 너도 마음이 가려운 모양이구나. 어쩌겠는가. 또 나가서 아이들 자전거 태워주었다. 자전거를 타고 내리느라 왼 발에 체중을 전부 실을 때마다 몹시 아팠다. 아비된 죄로 꾹 참고 골고루 태워주었다. 집에 돌아오니 이제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저녁 내 깽깽이 발로 집안을 뛰어다녔다. 아내가 있는대로 구박을 하며 발 씻겨주고 맨소래담을 발라주었다. 하여 마음 근질근질한 건 나았는데 대신에 발목이 욱신욱신거린다.

인생 사용법

조르주 페렉(지음), 김호영(옮김), <<인생 사용법>>, 책세상, 2000

한번 뿐인 인생, 뭐하지? 딱히 할 일이 없네. 그럼 정말 뭐하지? 글쎄, 퍼즐이나 맞추지 뭐. 이리하여 바틀부스는 한평생 퍼즐이나 맞추기로 했다. 그냥 맞추면 심심하니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첫째, “1925년에서 1935년까지 10년 동안 바틀부스는 수채화 그리는 법을 배울 것이다.”

둘째, 1935년에서 1955년까지 20년 동안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구들을 주제로 15일마다 수채화 한 점씩”을 그릴 것이다. 그걸 퍼즐 만드는 전문 기술자에게 보내면 이 퍼즐 제작 전문가는 그 그림을 “얇은 나무판 위에 붙인 후 750조각의 퍼즐로 잘라낼 것이다.”

셋째, “1955년에서 1975년까지 20년동안 프랑스로 돌아온 바틀부스는 이렇게 만들어진 퍼즐들을 다시 15일에 한 개씩 정해진 순서에 따라 조립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50년이 후딱 지나갔다. 인생 잘 썼다.

한편, 퍼즐제작 전문가 윙클레는 “손재주”가 대단하다. 그는 “총 500점의 해양화를 각각 750조각의 퍼즐로 제작하면서 각기 다른 공략, 다른 방법, 다른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바틀부스를 절망에 빠트린다.”(이건 뒷날개에 있는 글이다.) 존경스럽다. 나의 퍼소나로 삼고 싶다.

“외적 특징들에도 불구하고 퍼즐은 혼자하는 놀이가 아니다. 퍼즐을 맞추는 이가 하는 각각의 행위는, 퍼즐을 제작한 이가 앞서 이미 했던 행위이다. 그가 몇 번이고 손에 쥐어보면서 검토하고 어루만지는 각각의 조각, 그각 시험하고 또 시험하는 각각의 결합, 각각의 모색, 각각의 직관, 각각의 희망, 각각의 절망은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고 계산되고 연구되었던 것들이다.” 이것이 “퍼즐의 최후의 진리”이자 인생을 사용한 게임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 퍼즐게임은 9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밖에 무수한 등장 인물과 무수한 사건과 무수한 인용과 무수한 나열과 무수한 디테일로 가득차 있다. 특히 끊임없이 열거되는 물상物象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보면 절로 졸리다. 조르주 페렉의 관찰력, 또는 기억력에 대한 경탄은 그 다음이다.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는 없다.

역자 해설과 찾아보기를 포함하여 무려 919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그러니 누가 읽겠는가.

p.s.
퍼즐, 이거 내가 와이프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르다. 따라서 나는 퍼즐 제작 및 풀이 과정에 대한 챕터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나도 사제 퍼즐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배포하고 술이나 삥뜯어 먹어야겠다. 어느 세월에. 아무튼 삥뜯기고 싶은 사람은 어여 줄서라. 오늘 밤에도 퍼즐이 바람에 스치운다.

밟지마. 우리는 이번 신호에 못 건너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