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비 그친 조깅 트랙을 횡단하는 지렁이
사람에게 밟힐까 조마조마해서
가던 길 멈추고 한참을 지켜주었다
부질 없어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10월 22일 일요일 3시

“귀밑머리 허옇도록 放心한 老敎授도
시집간다고 찾아온 여제자에게
상실감을 갖는 게 사실이다.
하물며, 가버린 낙타여
이 모래 바다 가는 길손이란!”

풀 향기

잔디 깎기 기계가 지나간 뒤
공원에 낮게 깔린 풀 냄새
상처 입은 몸뚱이들의 냄새
초록의 피비린내

개꿈

비밀 임무를 띠고 미육군 기지에 침투하여
첩보활동을 벌이다 발각되어
검은 짚차에 실려가는 꿈을 꾸었다.
느닷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