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병이나 실어증에 걸리듯이 고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황당한 일이긴 하지만 때로 하나의 존재가 되기 위해 둘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부른다. 자신의 내면에서 고뇌와 공허밖에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 ‘포기’라는 말은 오로지 ‘버림받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독은 축복받은 것이라고 설교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내면으로 돌아오도록’ 초대해 보시라. 그곳에서 그들은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 집에 돌아와야 하는 사람의 혐오감을 느낄 것이다. 이 귀가가 풍성한 것이라고, 그들의 고독이 행복한 것이라고 축복해 주어도 소용 없다. 음악의 어둠 속에 환한 빛이 있다고 말해 봐야, 책의 침묵을 다정한 목소리하고 말해 봐야 소용 없다. 그들은 불이 켜져 있어야 잠이 들며, 스위치를 넣은 텔레비전 화면만이 이들이 해체되지 않도록 지켜준다.” ─ pp. 143~44(책 제목은 말하지 않겠다.)
Monthly Archives: August 2006
쓸쓸한 공연
존재가 떤다는 건 어떤 걸까 알아보기 위해 탈수 작업중인 삼성 손빨래 수중강타 SEW-MV100 세탁기를 4분 동안 껴안고 있었다 그러자 존재의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니다 사실은 아내가 빨래좀 널어달라고 해서 세탁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심심해서 세탁기를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오, 불행하게도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은 레고를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탁기는 한 차례 경련과도 같은 진동을 끝내고 작업종료 멜로디와 함께 고요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존재의 떨림을 주제로한 세탁기와 나와의 쓸쓸한 공연은 끝났다 |
병속에 담긴 SMS
알라딘에서 무료 문자 메시지를 무려 30개나 보낼 수 있는 혜택을 주었는데 보낼 데가 없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문자를 날린다면 무슨 문자를 날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a cornerwide web 5
자전거를 타고 한여름 밤의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다보면 얼굴에 걸리는 게 있다 거미줄이다 거미줄은 인간의 땅에 너무 낮게 내려왔다가 제 몸에 가해진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순간에 미련 없이 툭, 끊어졌을 것이다 거미줄은 무게가 없지만 질기다 그것도 다 한가닥 인연이기 때문이다 |
소풍가는 길에
─ 이나우 찍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