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이런 날 아침이면 그날이 생각나.
직장 동기들과 콘도에 놀러가 밤새워 술먹고
이튿날 에버랜드에 가서 또 죽어라 놀던 날이.
속은 울렁거리는데 롤러코스터도 타고
속은 울렁거리는데 바이킹도 타고
아, 속은 울렁거리는데 …
그러다가 막판에 남은 티켓을 모두 모아서 무슨 놀이기구를 탔지.
몸을 의자에 묶어 놓고 빙빙 돌려주는 기계였어.
난 빙빙 돌았어. 존재가 빙빙 돈 거지.
속은 울렁거리는데 …
그 기계에서 나오는데 같이 간 여자애가 물었어.
어땠냐고. 재밌었냐구.
난 이렇게 대답했어.
“인간의 몸에 최대한 원심력을 느끼게 해주는 기계야.”
토씨 하나 안 틀리게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보니까 비문 냄새가 나네.
아무튼 그 여자애, 엄청 황당해 하더라.
이런 날이면
이상하게 저 대사가 자꾸 생각나.
이런 날이 어떤 날이냐구?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p.s.
다 써놓고 어제 산 시집을 펼쳐드는데 “自序”에 이런 문장이 있다.
“추억이 되지 못한 기억들을 너무 오래 데리고 살았다.”
포스트스크립트 쓰는 김에 하다 덧붙이는데
<<달려라, 아비>>도 결국 봤다.
날림 독후감이라도 하나 쓸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아비가 왜 달리는지
이제 나도 안다는 말씀.
아비가 달리는 모습이 눈에 선해.
달려야지, 거럼.
읽고 나서 nuncoo.com의 을 다시 읽어 봤다.
“넌 인마, 문장이 안돼!”가 무슨 뜻인지도
이제 나도 안다는 말씀.

아빠, 어려선 안 그랬다.

이나우 아침에 일어나 책가방 싸는 솜씨를 보자.
먼저 냉장고에 가서 <<주간 학습 안내>>를 본다.
“말듣, 수학, 바생, 즐생.”
이렇게 웅얼거리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서도 계속 중얼 거린다.
“말듣, 수학, 바생, 즐생.”
책을 다 챙겼는지 이번에는 쪼르르 현관으로 달려간다.
저 녀석이 책가방 챙기다 말고 뭐하나 했더니
아, 글쎄, 책가방은 현관에 있더란 말씀!
끝났나 했더니 갑자기 다시 냉장고로 쪼르드 달려가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며 외친다. “맙소사!”
쟤가 왜 또 저러나 남친한테 채였나 했더니
아, 글쎄, 즐생책을 잃어버렸는데
이번 주 내내 즐생이 들었다는 말씀!
넌 대체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
아빠 어려선 안 그랬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침.
또 그런, 그렇고 그런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