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우물 공원의 봄 밤

둘이 있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둘은 마주 보고 선다 안는다 꼭 안는다 꼭 끌어 안는다 이로써 둘은 하나다 입맞추고 싶다 하나는 까치발을 하고 하나는 허리를 잔뜩 숙인다 입을 맞춘다 이로써 둘은 정말 하나다 달콤하다 그런데 불편하다 둘이 있다 하나는 크고 하는 작다 둘은 입을 맞춘다 입과 입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입맞춤은 너무 달콤한데 체위는 너무 불편하다 이윽고 하나가 하나를 번쩍 들어 벤치 위에 세운다 됐다 됐다 이제 편하고 달콤하다 봄밤이다 꽃우물 공원의─배 나온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둘을 흘끗거리며 지나간다

 

 

문장의 기본 골격

편집자의 손을 거쳐온 번역원고를 착찹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다가 생각이 나서 옮겨적는다.

“하나의 문장은 궁극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골격을 가지고 있다.

1. (가) 무엇이 어찌한다.
    (나) 무엇이 어떠하다.
    (다) 무엇이 무엇이다.”

─ 문교부, <<고등학교 문법>>, 대한교과서주식회사, 1991

어록

아빠, 내가 콩우유 다 머것따아.
아빠 꺼도 안 냉겨 놓구? 삐짓따.
대신 엄마한테 달라붙게 해줄게.
정말이야? 고마워.

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지난 새벽, 실연당한 것 같은 어느 모르는 여자의 슬픈 목소리를 내 불안한 꿈과 잠시 연결해 주었던 핸드폰, 일요일이 다 가고 아이들 데리고 처가에 간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 찾아 보니 침대 밑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엎드려 있다. 잠결에 내가 핸드폰을 휙 던졌던가? 문득 핸드폰에게 미안하다. 나는 조용히 방을 나와 유선전화를 집어들고 내 핸드폰에게 전화를 건다. 내 핸드폰은 내게 응답하지 않는다. 나는 전화기를 내려 놓고 핸드폰에게 간다. 방금 또 한 차례 경련을 끝낸 핸드폰은 아무일 없다는 듯 방바닥에 무심하게 엎드려 있다. 핸드폰을 집어들고 폴더를 연다. 2007년 3월 11일 일요일 오후 9시 25분 부재중 전화 1통. 나는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한다. 언제 올 지 모를, 어쩌면 영 오지 않을 지도 모를 신호를 무심하게 기다리려면 버틸 힘이 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