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2

몇 번인가, 다용도실 너머 창으로 들어오는 불빛에 깨어나 이러다 폐인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폐인이 되기는 싫었으므로 폐인이 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새벽마다 회개해야 할 일이 많았으나 나는 회개하지 않았고 대신에 어떤 치욕이 양변기 속의 물처럼 차올랐다. (계속)

노래 하나

술을 마신 다음 날은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아주 지랄 같다.
어제는 하루 종일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이야기를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 보리라”

검색해서 링크라도 하려 했으나
뜻대로 안 되서 그만 둔다.

언제 노래방 가면 내 한 번 불러드리겠다.

p.s.
아래 링크는 화면은 영 깬다만 노래는 내가 원하던 노래다.
부모(김소월 시, 문주란 노래)

내 마음의 팝업창

틈만 나면 내 자의식의 표면 위로 사람 화들짝 놀라게 뜨는 팝업창이 몇 개 있다. 그때마다 “오늘은 이 창을 열지않음”을 누르며 얼른얼른 닫아버리지만 오늘은 너무 짧고 팝업창은 너무 자주 뜬다.

따위레놀

“당신이 머리 아픈 건 남보다 더 열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모 광고가 눈에 뛰었다.

내가 예전에 잘 하던 짓인데 저 광고를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머리 아픈 건 남보다 더 머리가 나쁘기 때문입니다.>

피아노 퍼포먼스

여기서 개 더 마시면 술 된다
마음이 조금 그렇더라도
그만 하자

미쳐서 아름다웠으므로 추하다
둔기와 비명을 한 몸에 지닌
새벽 세 시의 피아노

화음도 불협화음도 다 나의 것이다
마음이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그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