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y 2007
애는 셋! 컴퓨터는 하나!
1.
온갖 바이러스와 악성 코드가 창궐하던 데스크탑 컴퓨터를 확 밀어버리고 OS를 새로 깔아주었더니─데스크탑이 안 되자 아내가 자꾸만 내 노트북을 넘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그 동안 개미 잡으러 간다, 놀이터 간다, 인라인 스케이트 탄다, 줄넘기 하러 간다, 친구 집에 간다며 종일토록 싸돌아 다니며 재래식으로 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종일토록 컴퓨터 앞에 매달려 요즘 애들 답게 논다. 망할 컴퓨터, 다시 기능장애가 오려면 한참 걸릴텐데…
애는 셋! 컴퓨터는 하나! 싸울만도 한데 사이도 좋다.
2.
방과후 특기 적성 수업을 마친 雨가 1633 콜렉트 콜로 전화를 해서는─1633 콜렉트 콜입니다, 상대방을 확인하세요, 계속 통화하시려면 아무 숫자 버튼이나 눌러주세요─데리러 오란다. 갔다. 초등학교와 나란히 있는 중학교 교문 앞에 하교하는 중딩들이 바글바글하다. 세상은 넓으나 학교 앞 인도는 너무 좁으니 차도까지 우르르 점령하고 얘기 하랴, 자전거 타랴, 문자 보내랴, 욕하랴, 도통 비킬 생각을 안 한다. 그래 니들 학교 앞이니 지나가는 내가 참는다며 끝까지 참았다.
내 자식들도 머지 않아 저렇게 쌩날라리들이 될 것이다.
자귀모
S#1. 어제 어느 비디오 가게
주인 : 손님,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나 : 자귀모 있어요?
주인 : 자귀모요?
나 : 네.
주인 : 그거 옛날 거 아니예요?
나 : 네, 좀 오래 됐죠.
주인 : 없어요.
나 : 비디오 테이프도 없어요?
주인 : 없어요.
S#2. 오늘 어제와 다른 어느 비디오 가게
나 : 저, 자귀모 있어요.
주인 : (컴퓨터를 두드려보더니) 네, 있어요.
나 : 주세요.
주인 : (만화책 분실했다가 찾아다고 가져다준 어느 학생과 한참 대화를 한 연후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저, 그거 한국영화예요?
나 : 네.
주인 : (또 한 참을 뒤적거리다가) 여기 있네요. (카운터에 가 앉으며) 전화번호요.
나 : 처음이라 등록 안 돼 있을 겁니다.
주인 : 신분증 주세요. 성함이 이따위예요?
나 : 네
주인 : 집 전화번호는요? (사이) 핸드폰 번호는요? (사이)
S#3. 귀가 중에
우 : 아빠, 그게 모야?
나 : 자귀모야.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이래. 그런데 여기 봐. “18세 이용가”라고 돼 있지. 이 말은 너는 못본다는 뜻이야.
우 : 그런 게 어딨어. 뭐가 맨날 그래. 나도 보면 다 알아. 내가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 : 너 잠들면 볼 건데.
우 : 나 잠 안 잘 수 있어. 새벽 세 시까지 안 잔 적도 있는데.
나 : 그래?
S#4. 귀가 후
우 : 아빠.
나 : 또 왜?
우 : 난 암만해도 이해가 안 돼.
나 : 뭐가?
우 : 아니 귀신들이 어떻게 자살을 해?
나 : 귀신들이 자살을 했겠냐. 자살한 인간들이 귀신이 됐겠지.
우 : 그렇구나.
하여간 이리해서 자귀모를 보았다. 헛고생 했다.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자귀모를 빌려봐야 했던 이유는?
따위넷, 태그 요이땅!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귀찮다. 나이을 먹었다는 증거다.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서 tags라는 것을 본 지가 한 참 되었는데
저런 건 해서 뭐하나 싶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어쨌든, 어제 심야에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태깅 툴을 설치하기로 결심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Jerome’s Keywords 2.0 Beta를 찾아 오늘 백주대낮에 기본적인 설치를 했다. 손볼 게 몇 개 더 남아 있는데 차근차근 할 계획이다(말인즉슨, 오래도록 이 상태로 냅둘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놓고 보니 기존의 각 포스트에도 적당한 키워드를 넣어주어야 할 것 같다. 역시 차근차근 할 계획이다.
새로운 것이 날 괴롭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