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들

시간이 흐르면 내가 무얼 봤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내가 비교적 근자에 극장 가서 본 영화들을 기록해 둔다.

브로큰 애로우
씨티 오브 갓
유레루
우리 학교
훌라 걸스
타인의 삶
스틸 라이프
가까이서 본 기차
줄 위의 종달새
모짜르트와 고래
오션스 13
까뮈 따윈 난 몰라
트랜스포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농구대 옆에서

저녁 먹고 산책 나와
허구한 날 상대 진영을 정면으로 꼬나보고 있는 농구대 옆에
두 팔로 링을 만들어 허공을 껴안고
이렇게 인간 농구대로 서 있으면
대량으로 점수를 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내게 와 공을 던져라
그러고 보니 저쪽 진영의 농구대가 꼭 나를 받아줄 것만 같다 나는
나를 집어 3점슛을 날린다 나는
보기 좋게 링 맞고 튕겨 나온다 나는
빗물이 고인 농구장 바닥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튀어 오른다
심심한 삶이 가파르다

 

 

소식 두 개

1. 슬픈 소식
한 7년여 만에 야동을 몇 개 다운 받아 보고 난 후
컴퓨터가 하는 짓이 영 이상하다 싶어 바이러스 검사를 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검사된 폴더: 3229
검사된 파일: 12575
감염된 파일: 2867

번역 원고 다 날릴라 싶어 부랴부랴 치료하고 반성중이다만…

야동은, 화면에 060으로 시작하는, 통신요금 날로 먹으려는 번호가
악랄하게 점멸하는 것만 빼면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른 건 없더라.

결론은 뭐 유치하게 앞으로 그만 보겠다, 착하게 살겠다 뭐 이런 건 아니고
인간인 게 지독하게 슬프다는 것.

2. 기쁜 소식
어제 밤에 뭐하다가 알라딘에서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을 검색해보니
DVD가 출시되었더라. 바로 질렀다. 내일 배달온다는데
소풍날 기다리는 아이맹키로 설렌다. 하긴 8월 15일 지 생일날 바이오니클 사달라고,
이제 몇 밤 남았냐고 맨날 물어보는 막내녀석에 비하면 내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지.

***
6월 30일 덧붙임:
결국 노트북을 밀고 다시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