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 옆에서

저녁 먹고 산책 나와
허구한 날 상대 진영을 정면으로 꼬나보고 있는 농구대 옆에
두 팔로 링을 만들어 허공을 껴안고
이렇게 인간 농구대로 서 있으면
대량으로 점수를 내주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내게 와 공을 던져라
그러고 보니 저쪽 진영의 농구대가 꼭 나를 받아줄 것만 같다 나는
나를 집어 3점슛을 날린다 나는
보기 좋게 링 맞고 튕겨 나온다 나는
빗물이 고인 농구장 바닥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튀어 오른다
심심한 삶이 가파르다

 

 

Posted in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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