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September 2012
“Everybody cheats.”
<브레이킹 어웨이>는 중학생 시절에 이태원 2층집에 살던 친구와 본 영화다. 그 친구는 얼굴에 여드름이 유난히 많았고, 늘 선한 웃음을 웃던 녀석이었다. 위에 제목으로 적은 문장은 이 영화에서 이태리 사이클 선수단의 비겁한 행동에 실망한 주인공이 자기 아버지에게 쓸쓸하게 한 말이다. 요즘 저 말이 자주 떠오른다. Everybody cheats. Everybody cheats. Everybody cheats.
잔해
그곳에서 나는 추웠다 그곳에서 나는 숨이 막혔다 그곳에서 마침내 그가 나를 꺼내 물에 담그자 해부학적으로 절단된 내 사지 육신에서 천천히 시간의 피가 흘러나왔다 핏물은 내가 한 때 누군가의 뜨거운 몸으로 존재했던 물질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 순간에도 오래 비축해 둔 비장의 언어 같은 게 있을리 없었다 잔해가 남는다는 건 언짢은 일이다 아무도 연기처럼 사라지지 못한다 아무도 안개처럼 흩어지지 못한다 인생은 잔해이며 기억은 핏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