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

“약 4000년 전에 방랑족들이 중앙아시아의 대평원으로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내려왔다. 이들이 바로 아리안족(Aryans)이었는데, ‘아리안’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귀족’ 혹은 ‘지주’라는 뜻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인도에 정착하였고, 일부는 유럽 쪽으로 계속 방랑하여 인도-유럽인족의 뿌리를 내렸다.” (수학사, p. 194)

<웜 바디스> 진상기

애들이 영화 보여 달래서 예매해 줬더니만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보호자 동반 없이는 입장이 안 된다 하면서 검표하는 직원이 입장을 안 시켜준다고 영화시작 5분 전에 아들녀석이 전화를 했길래 그러면 직원을 바꿔달라 했는데 직원이 통화해도 소용없다고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아 이러다가 아이들의 오랜 숙원을 못들어주겠다 싶어 빨간 내복에 맨발에 쓰레빠 신고 한 달음에 달려가 니가 뭔데 우리 귀한 자식들 영화 못보게 하느냐 따졌더니 법이 그렇기 때문에 자기도 어쩔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고로 나는 아, 우리나라가 민초부터 위정자들까지 법을 잘 지키는 나라라는 엄연한 사실을 망각한 내 자신을 준엄하게 꾸짖은 다음에 그렇다면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었으니 아이들 먼저 입장을 시켜주면 나는 따로 영화표를 사서 입장할 것이라 사기를 쳐서 아이들을 가까스로 들여보내 놓고 극장 매니저를 찾아 사정이 이러저러 하니 우리 애들 영화보다가 쫓겨나지 않게 해달라 부탁을 했더니만 아, 글쎄, 슈퍼매니저라는 이분은 검표직원보다 더 까탈스럽게 굴면서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다른 영화를 대신 보여주겠다는 둥 로맨스 영화인데 아이들이 못볼 걸 보면 정서적 충격이 상당할 거라는 둥 오만가지 합당하고 또 지당한 이유를 대가면서 내가 당장 입장하지 않으면 즉시 조치를 취할 태세인지라 정히 그렇다면 표를 사 입장을 하기는 하겠지만 집에 일이 있어 끝까지는 못 있고 한 5분 앉아 있다가 나가면 되겠느냐는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그것마저도 안 된다고 하길래 극장 측의 드높은 준법정신에 감동 백배한 연후에, 그러면 나는 놓고 갈테니 니들 맘대로 해라, 다만 만약에 내 자식들 쫓아내면 나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입장을 안 시켜주면 안 시켜줬지 전화는 왜 안 받느냐, 이 극장에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그리하라고 교육을 시키냐, 여태껏 우리 아이들끼리 15세 이하 관람불가 영화를 본 게 몇 번인데 이제 와서 그러느냐, 예매창에 판촉 메시지는 잘도 띄우면서 관람등급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중요한 사안은 왜 고지하지 않았느냐, 하면서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댔던 것이다. 부끄럽다. 집에 와서 외출 준비를 마치신 사모님을 태우고 운전을 하면서 이러저러 했다 보고를 했더니 사모님은 우리 성질 깨끗한 남편이 난투극이라도 벌여 파출소에 잡혀간 건 아닐까 크게 걱정했다 하옵시더라. 문제의 영하는 <웜 바디스>. 그게 아마도 따땃한 몸뚱이라는 뜻일 거라 했더니만 사모님께서 바디는 시체란 뜻이다, 좀비가 죽은 존재들 아니냐, 하시는 고로 나는 또 사모님의 학식에 크게 감탄한 다음, 맞사옵니다, 그래서 바디샵은 시체를 파는 곳이라 하옵니다, 하고 얼른 맞장구를 쳐드렸는데, 너는 어떻게 거기서 그게 연상이 되느냐, 너는 글러 먹었다, 하시며 기가 막혀 하시 거늘, 그쯤에서 멈춰쓰면 좋았으련만 나는 참지 못하고 한 술 더 떠서, 그리고 바디빌딩은 시체로 지은 건물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했다가 기어코 크게 혼나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 하나

“디오판투스의 생애에 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리스 명시선집>에 나오는 묘비명의 다음과 같은 요약뿐이다. ‘디오판투스는 그의 생애의 1/6을 소년으로 보냈고 1/12을 청년으로 보냈으며 그 뒤 1/7이 지나서 결혼했다. 결혼한 지 5년 뒤에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아버지의 나이의 반을 살다 죽었고 아들이 죽은지 4년이 지나 아버지가 죽었다.’ 디오판투스는 몇 살까지 살았는가?”

— 하워드 이브, <<수학사>>, 경문사, 2005, p. 184

꼰대보다 아줌마

근자에 보기 드물게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왔더니만, 여식이 하는 말인즉슨, 머리가 길었을 때는 그냥 아빠 같았는데, 자르니까 아빠 같지는 않고, 독자 제위께는 좀 미안하지만, 그냥 잘생긴 남자 같단다.

머리를 자르면서 ‘원장님’과 떠는 수다, 재밌다. 그렇다. 꼰대가 되는 것보다는 어쩌면 아줌마가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제목

오밤중에 금강석처럼 딱딱한, 마른 오징어 궈먹고 악어새표 치실로 입안을 청소하며 야간순찰 차 안방에 행차했더니 이제 막 잠자리에 든 막내가 한마디 한다. 아빠, 그걸로 자꾸 그거 하면 이 사이가 벌어진대. 내가 대꾸한다. 아빠 이는 이미 벌어질대로 벌어져서 그 사이로 공룡도 뛰어다녀. 이 대목에, 피식, 악성코드에 지칠대로 지쳐 하달받은 명령을 지지부진하게 실행하고 있는 컴퓨터를 상대로 인격수양을 하고 있던 아내가, 웃는다. 성공이다. 하여, 아들아, 너도 이 다음에 결혼하거든 이 아빠처럼 수시로 아내를 웃겨주는 훌륭한 남편이 되거라, 알겠느냐, 하려는데 이번에는 큰놈이 끼어든다. 그러면 세균하고 공룡하고 사이 좋게 막… (더 쓰기 귀찮다. 급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