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파 온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럭셔리 잡지를 본다. 2014년 9월호를 본다
이번 호에는 “얼굴, 손, 발, 다리, 허리, 모발에 있어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모델들”이 나와 있다
이들은 “각종 광고와 잡지 화보를 휩쓰는” 이들이다
명단은 다음과 같다
세련된 이목구비의 조화, 박슬기
감정이 풍부한 ‘모델 천재’, 진아름
감정을 담은 손, 최현숙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발, 김한나
‘태’가 나는 허리 라인, 안시현
빛나는 머리카락의 품격, 장윤정
각종 광고를 섭렵한 늘씬한 다리, 박주형
모두들 어떤 이미지의 일부이다
진찰을 마친 아이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고
나는 영혼까지 럭셔리해진다
내 똥구멍에서는 이제 장미향이 난다
대기실에는 할머니 둘, 할아버지 한 분이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뉴스를 보고 있다
검찰은 엄정히 대처한다고 한다 훌륭한 검찰이다
거리에 봄비는 내리고 나도 김건모처럼 괜시리 마음만 울적하다
주차단속요원이 주차단속하며 지나가면 안 된다
심은하처럼 예쁜 주차단속요원에게 주차단속 당하고 싶다
거리에 봄비는 내리고
연상은 지겹다
꽃이 진다 꽃은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