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영화 한다. 엇그제 본 영화다. 이상하고 유치하고 재미 없는 영화다. 멍하니 또 본다. 지나가던, 다 커서 징그러운 막내가 묻는다.
다른 데는 뭐해?
왔다. 기회가 왔다. 왔다. 찬스가 왔다. 왔다. 카이로스가 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다른 거.
막내가 피식 웃는다. 이제 쌤쌤이다.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영화 한다. 엇그제 본 영화다. 이상하고 유치하고 재미 없는 영화다. 멍하니 또 본다. 지나가던, 다 커서 징그러운 막내가 묻는다.
다른 데는 뭐해?
왔다. 기회가 왔다. 왔다. 찬스가 왔다. 왔다. 카이로스가 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다른 거.
막내가 피식 웃는다. 이제 쌤쌤이다.
아내가 저녁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신 뭔가를 먹어대는, 이제는 다 커서 징그러운 막내에게 묻는다.
아이고 우리 아들 뱃속에 뭐가 들었어?
막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내장.
“몸은 몰라도 마음만은 서로 말고는 달리 갈 데가 없으니 헤어지고 나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는가 싶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김정선, 《동사의 맛》, 가다/오다 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