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의, 잊혀진 계절

술 마시고
당구 치고
노래방 갔다
그집에 갔다
왔다

주인은
대학로에게
저 아끼던, 아끼는, 두고두고 아까울
사진집을 덜컥 주었다

주인은
나에게
그러니까 남주어도 아깝지 않을 무슨 책 한 권과
몽골제 보드카 한 병을 주었다

나는 답례로
신던 양말을 벗어 놓고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그러니까 연애와 자우림과 한성별곡과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와
그밖에 오디오와
그밖에 연애와
그밖에 연애 얘기를 하다가

대학로는 먼저 가고
주인은 잠들고
나는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를
홀로 듣는 객 모양
모든 소리를 30년 전 소리로 돌려 놓는
영묘한 재주가 있는
오디오 소리를 푸지게 듣다가
왔다

책은 두고
술병만 챙겨
왔다

다 좋은데
양말을 벗어 놓고
왔다

다음 날
죽었다
살아
났다

Posted in 블루 노트.

2 Comments

  1. 하하 노리시는 책이 바디 뿐이라서…
    그 책만은 내어줄 수 없으니…어쩌겄소?
    여전히 책보다 술을 좋아하시니…큰일이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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