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__by 김우연

안녕, 그리워, 사랑해 따위의

사람들의 언어는 거의 전부가 아프다는 뜻으로 쓰였다


나무

___김우연

길은 나에게서부터 시작돼

저혼자 두리번거리며 산을 오른다

낮달이 우두커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가끔은

유익종의 노래가 시인들의 시보다 더

아프게 들렸다 봄이면 나무들이 초록으로

각혈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지만

세월은 그렇게 시 한편 없이도 잘 흘러갔다

가을이 오기도 전 몇 사람은 나를 떠나갔고

나는 또 몇으로부터 떠났다

안녕, 그리워, 사랑해 따위의

사람들의 언어는 거의 전부가 아프다는 뜻으로 쓰였다

지하철에 한번 오를 때마다

빨리 늙어가고 싶은 몸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닫을 뿐이었다

누군가 힘들게 나에게서 낙엽져 내렸고

나는 그 낙엽을 밟으며 텅빈 숲에 가닿고 싶었다

출처: ─ 가일미술관 나무에 대한 네가지 생각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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