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궤변은 웃긴다

다음은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예다.

스스로 굶어죽은 한 사나이의 삼단논법:
죽은 자는 먹지 않는다.
나는 죽은 자다.
따라서 나는 먹지 않는다.

피해망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경우:
A, B, C는 나의 적이다.
그들은 모두 사람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나의 적이다.

생략 삼단논법(enthymeme):
이 집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었다.
그러므로 이 집에 살고 있는 나 역시 죽었다.

자, 우리도 이딴 거 한번 만들어보자. 뭐, 이런 것들!

모든 빵은 맛있다.
붕어빵도 빵이다.
그러므로 붕어빵은 맛있다.

모든 한자는 어렵다.
한일 자(一)는 한자다.
그러므로 한일 자(一)는 어렵다.

모든 새는 하늘을 난다.
닭은 새다.
그러므로 닭은 하늘을 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아버지’는 ‘아’로 시작하고 ‘어머니’는 ‘어’로 시작한다.
그러므로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다르다.

이런 추론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가령, 모든 새는 하늘을 난다는 전제가 참이 아닌데서 유래한다. 참고로 ‘모든 한자’, ‘모든 새’ 등 이렇게 어떤 집합에 속한 ‘모든 원소’를 다 가리키는 명제를 전칭명제라고 한다. 제대로 된 연역법은 이런 식이다.

모든 남자는 사람이다.
나는 남자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다.

내친 김에 오류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야 하겠다. 우리를 웃기는 것은 오류이기 때문이다. 오류에는 종류가 많다. 대표적인 재미있는 오류는 이중질문의 오류라고 하는 거다. 이런 거다.

너는 이제 본드 안 마시니?
너 요즈음에는 마누라 때리는 일은 관뒀니?
당신은 딴나라당과 번영을 택하겠는가?
너 요즘에도 따위하고 노니?

이런 질문은 단순히 ‘예’나 ‘아니오’로 대답하기에는 좀 곤란하다. 좀 웃긴다.

순환논법의 오류라는 것도 있다. 이것도 웃긴다.

엄마! 오른손이 어느 손이예요?
석봉아! 밥 먹는 손이 오른손이란다.
엄마! 밥은 어느 손으로 먹어요?
석봉아! 오른손으로 먹으렴.

방앗간이 어디 있어요? 응, 약국 옆에!
약국은 어디 있는데요? 응, 방아갓 옆에!

유명한 프랑스의 코미디언인 사샤 기트리가 만든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 몇 명의 도둑이 엄청나게 큰 진주 일곱 개를 분배하는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왼편에 있는 도둑에게 두 개를 건네주고 오른 편에 있는 도둑에게도 두개를 건네주면서 “내가 세 개를 갖겠어.”라고 말한다. 그러자 오른 편에 있는 도둑이 대든다. “왜 너는 세 개를 갖는 거냐?” “내가 대장이니까.” “네가 어떻게 대장인데?” “그거야 내가 진주를 더 많이 가졌으니까.”

─ 어빙 코피 지음, 민 찬홍 옮김, <논리학 입문>, 이론과 실천, 130쪽

인신공격의 오류
우리가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류인데 주장되는 내용을 반박하지 않고 주장을 펴는 사람을 공격할 때 범하게 되는 오류를 말한다. 사람에의 논증이라고 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사회자: 방금 따위님께서 일부 이용자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나쁜 짓을 했다는 이유만가지고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여기에 반론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죠.

토론자: 제가 알기로 따위님은 평소 그 성격이 괴팍하기로 소문이 자자하고, 고등학교 때는 가출을 한 적이 있으며, 또 보시다시피 배가 많이 나왔습니다.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신체검사 당일 날 아침 빵을 50개나 먹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따위님의 의견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개인적인 성격은 그가 한 말의 논리적인 진위나 논증의 옳고 그름과는 논리적으로 무관하다. 논리학에서 얘기하는 오류란 도덕적인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인 타당성의 문제다.

아무튼지, 사정이 이와 같으니 누군가를 웃기고 싶다면 궤변을 늘어 놓으면 된다. 요즘 이 분야의 전문가는 노브레인서버의 정준하가 아닌가 싶다.

다음은 영화 <달마야 놀자> 중에 나오는 장면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이거다. “가만있자… 우리 형님이 하느님하고 동기동창이면 부처님은 하느님이랑 다이다이니까…(불상 바라보며) 부처님두 우리 형님이네? 아이구 우리 형님.. 귀 참 크기도 하시지… ”

씬 52 법당 안 (오전)

부처님의 얼굴.
불상을 수건으로 닦는 누군가의 손.
불전에 올라 부처님을 닦고 있는 왕구라.
물걸레로 바닥을 밀면서 왔다갔다 하는 불곰.
파바박,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막내, 먼지 털고 있는 날치 등.
모처럼 팔을 걷어붙인 재규와 부하들이 법당 청소를 하고 있다.

왕구라: (열심히 닦으며)
다른 데는 다 청소하면서 부처님 안 닦아주면
얼마나 섭섭하겠어… 안 그러니.. 막내야?

막내: 형님.. 그만 내려오세요.. 거긴 안 닦아도 된다잖아요.

왕구라 :(생각한다)
가만있자… 우리 형님이 하느님하고 동기동창이면 부처님은
하느님이랑 다이다이니까..
(불상 바라보며)
부처님두 우리 형님이네?
아이구 우리 형님.. 귀 참 크기도 하시지…
(날치 보며)
아! 참, 형님. 부처님은 중국 사람이죠?

어이없다는 듯, 왕구라를 쳐다보는 날치

막내: 인도사람이에요.

왕구라 :중국사람이야. 임마.

막내: 인도사람이예요. 학교 다닐 때 배웠어요.

왕구라: 인도는 아니다…

막내: 아, 참… 인도라니까.

왕구라: 때려 죽여도 인도는 아니다.. 새꺄…
(불곰 보며)
형님 인도 아니죠?

불곰:…글세… 난 잘 모르겠는데… 정 궁금하믄
어디서 만든지 보면 될 거 아냐.

왕구라: 그게 정답이네.

불상 여기저기를 보는 왕구라.

재규 :(재촉한다) 자.. 자.. 빨리 끝내고 가자. 중들 절 할 시간이다.

계속 불상을 살펴보는 왕구라. 불상을 기울여 밑을 보려 애쓰고 있다.

왕구라:…중국 사람이라니까.. 끝까지 내 말을 안 믿네…

막내: (왕구라 보며)…어 ~ 어어

막내를 쳐다보는 왕구라.
이때 들리는 쿵! 법당 안 가득 울려 퍼지는 소리.
재규와 부하들 일제히 고개 돌리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불상.
데구루루…부처님의 귀 하나는 이미 나뒹굴고 있고..
모두 할 말을 잃은 엄청난 상황.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삐걱….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 돌리는 재규의 눈에 빤히 이 광경을 모두 쳐다보고 있는 동자승이 보인다.
동자승, 재규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뒤돌아 도망치고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는 재규, 동자승을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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