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하면 웃긴다. 물론 모든 비유가 웃기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비유하면 웃긴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웃기게 비유하면 웃긴다. 그따위 소리 누가 못해! 누가 따위넷 아니랄까봐, 하시겠지. 안다. 이는 거의 웃기면 웃긴다, 는 말하고 같은 말이다.
허면 하나만 물어보자. 웃기면 웃긴다, 는 문장을 뭐라 부르는 줄 아는가. 동어반복! 맞다. 그러면 논리학에서는 뭐라고 그러는 줄 아는가. 동일률. 딩동댕동! 동일률이란 가령, 따위는 따위다. 즉 따위는 따위가 아닌 것은 아니다. 뭐. 이런 걸로 알고 있다. 이른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이다.
이상타. 오늘 공부 너무 많이한다. 다 이유가 있다. 비유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공부한 거다. 비유란 무엇인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나는 소박하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유란 동어반복이 아닌 어떤 것이다, 라고 말이다.
비유란 빗대어서 말하는 것이니 ‘본래의 것’과 ‘빗대는 것’을 나란히 놓는 것이다. 그러니 ‘따위는 따위다.’와 같은 문장은 비유가 되지 못하고 ‘따위는 바위다.’와 같은 문장은 적절한 비유가 된다. 그러나 ‘따위는 애 셋 아빠다.’와 같은 문장은 비유가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사실판단’이라고 하는 것이고, ‘따위는 멋지다.’와 같은 문장은 ‘가치판단’이라고 하는 것이니, 저런 문장을 비유와 헷갈리면 교양을 의심받는다. 이쯤 하자.
물론 우리의 목적은 수능이 아니라 “그저 죽자사자 무작정 웃기기”이니 이렇게까지 공부해야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친 김에 수사학에서 말하는 비유에는 은유, 직유, 환유, 제유, 대유, 풍유 등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넘어가자. 그럼 각각의 비유를 맛뵈기로 맛 좀 보자.
아니할 말로 누가 나에게 개님아, 하고 욕을 한다면(나쁜 놈) 이건 “따위, 너는 개다.”라는 비유가 된다. 이거 은유다. 수능보던 시절로 돌아가 얘기하면 은유란 원관념을 말하기 위해서 보조관념을 사용하는 거다.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하니 혹시 아니 그럴수도 있다.) 즉 ‘따위’과 ‘개’는 어떤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데 그 특징이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 는 거다. 그 숨어 있는 특징이 혹시 성격좋다, 는 건가?
기실 은유란 비리를 은폐하다, 할 때의 숨길 ‘은’자와 깨우칠 ‘유’자를 쓴다. 즉 드러나지 않게 은근히 깨우쳐 준다는 뜻이다. 나는 “내 마음은 호수요.” 뭐 이딴 걸루 은유를 배웠던 거 같다.
직유는 직접 깨우쳐 준다는 뜻이니 상스럽기는 하지만 가령, 누가 따위에게 엿(보다 더 심한게 있지만 교양을 생각해서 꾹 참는다.)같으신 분, 하고 욕을 한다면(역시 나쁜 놈) 이건 직유다. 지금 기억나는 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있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직유야 뭐 우리집 애 셋 빼고는 모르는 사람 거의 없으니 이쯤하고.
(에궁, 졸리다. 나머지는 다음에 또 하자. 다들 이 따위의 꿈을 꾸기 바란다. 싫음 관두구.)
(시작했느니 끝을 봐야지.)
환유는 ‘환’자는 ‘바꿀’ 환字이니 본래의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을 말한다. 넘버 쓰리에 나오는 조폭 재철(박상면)이는 주요 공격 무기가 ‘재떨이’이다. 사람들은 그를 부를 때 멀쩡하고 예쁜 ‘재철’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놔두고 쌍스럽고 품격 한 참 떨어지는 ‘재떨이’라고 부른다. 이게 환유다. 그러니 웹에서 쓰는 ‘닉’도 환유라 하겠다. (참고로 사람을 때려도 맨주먹으로 때리면 그냥 폭행이지만 ‘재떨이’를 사용해서 때리면 특정법죄가중처벌법이라나 뭐라나에 따라서 가중 처벌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업계’에서 쓰는 별명들, 가령 가리봉동의 쌍칼이라거나 신사동 밤안개라거나 상도동 똥개라거나 하는 것들이 대충 다 환유다.
제유는 ‘끌’ 제字를 깨우칠 ‘유’자를 써서 제유라고 하니 흔히 하는 설명으로 ‘부분으로 전체를’ 의미하는 게 제유라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들”이 “국토전체”를 의미하는 제유라고 배웠던 거 같다. 뭐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빵’은 ‘식량’을 의미한다는 것도 있구.
대유는 환유와 제유를 통틀어 말할 때 쓰는 거구. 정말 그만 할란다. 모든 설명은 지겹다.
자, 폐일언하구, 비유하면 웃긴다. 웃기는 사람은 비유를 잘 쓴다. 몇 가지 예를 들겠다. 아래의 예는 이문구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에서 슬쩍했다.
“우덜 같은 지게공학과 출신은 허리가 두 토막이 나게 뛰어봤자 잘되어 새마을 지도자로 짹허는 겨.” p240
“중 본 전도사 낯짝.” p215
“물 마신 입으로 술 마신 소리 흘른다.” p201
“꼭 말을 허야 알간. 사시나무 떨 듯이 떨더라구 허는 늠치구 사시나무 본 늠 없구, 소태처럼 쓰더라구 허는 늠치구 소태나무 먹어본 늠 없는 식으루, 소리 안 나게 가만가만 돌어댕기는 늠이 진짜라구.” p186
“넘은 자는 말 허는디 죽는 말 허구 있네. 시방 말을 먹구 있는 겨 듣구 있는겨. 뻗치는 것허구 뻐드러지는 거허구가 워째서 같어.” p108
“사램이 개헉 겨뤄봤자 사램이 이기면 개버덤 나은 늠이구, 개헌티 지면 개만두 못헌 늠이구, 개허구 비기면 개 같은 늠인디, 그 노릇을 허라구유?” p78
“지가 입었으면 잠자리 날갠디 내가 입어서 풍뎅이 날개란 얘기구먼.”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