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진다. 산에 떨어진 낙엽은 눈과 비와 바람과 햇살과 어둠을 만성적으로 누리며 저를 떨군 나무 밑에서, 아니면 최소한 그 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분해된다. 이것은 한때 남부럽지 않게 푸르렀던 낙엽에게 주어지는 자연의 마지막 제의인 셈인데 나는 이것을 낙엽의 풍장이라고 부른다. 도시의 낙엽은 사정이 다르다. 도시의 낙엽은 분주한 행인 1, 2, 3호의 발에 밟히고,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이고, 청소부의 비질세례 받다가, 결국에는 쓰레기 봉투에 담겨 어디론가 끌려간다. 저의 모태였던 나무와는 생이별을 한다. 끌려간 낙엽들이 화장을 당하는지 매장을 당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교하는 아이들을 유혹하며 붕어빵을 파는 리어카 옆에서 곧 트럭에 실려갈 운명의 낙엽들이 쓰레기 봉투에 감금된 채 마른 비명을 삼키고 있는 지금은 다시, 회한처럼, 저주처럼, 가을이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진다. 당신은, 내가 떠난 줄 알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