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고려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거나(or)’하는 단어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보통 ‘p거나 q다’는 p와 q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참이거나 둘 다 참인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이거나’라는 단어의 ‘포괄적’ 의미라고 불린다. 논리학에서는 보통 이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때로 ‘이거나’를 ‘배타적’ 의미로 쓰기도 한다. 즉 ‘p거나 q다’는 p와 q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참이지만 둘다 참은 아니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육로로 오거나 해로로 올 것이다’는 그들이 동시에 육로와 해로로 오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 경우는 만일 그들이 어느 한 길로 온다면 다른 길로는 오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 있다.
선언 삼단논법은 ‘이거나’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에 상관없이 타당하다. 검토해보라. 그러나 ‘p거나 q다’와 같은 진술에서 추론해낼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구체적인 ‘p거나 q다’라는 전제에서 ‘이거나’가 어떤 의미로 사용됐는지에 달려 있다. 당신이 p를 알고 있을 때 ‘q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릴 때 특히 그렇다. 이 점을 주의하라!”
—앤서니 웨스턴(지음), 이보경(옮김), <<논증의 기술>>, 필맥, 2009(1판 14쇄),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