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처에서 거사를 도모하다가 산 넘고 물 건너 새벽 두 시에 기어들어 왔더니 아내가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나는 천상 풍운아답게 답하였다. 영혼 없는 내 대답에 아내는 뭐가 웃긴지 킬킬킬 웃었다.
뭐가 웃기냐고 했더니 내 대답이 웃기다고 그랬다. 아니, 세상에 웃길 게 없어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라는 말이 웃기단 말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웃기기는 어느 도서관에서 본 “담배는 재떨이에서 피우세요” 같은 문장이 웃긴 거지. 치솔에서 이를 닦읍시다, 라든가 피임은 콘돔에서 하세요, 라든가 강도는 은행에서 하세요, 라든가 커피는 자판기에서 마시세요, 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