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며 낮술 얘기가 나왔다. 나는, 낮술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는데 “이러면/안 되는데”가 전문이라고 말했다. 맞은 편 여자는 날더러 글 쓰시는 분이냐고 물었다. 나는 심리적으로 켁켁거렸다. 너나 드시라는 둥,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못 먹는다는 둥, 시원해서 좋다는 둥, 모두들 한두 마디씩 보탰다. 누군가 이태원 얘기를 꺼냈다. 경리단길이 좋다고 거기 한번 가보시라고 내게 권하는 이도 있었다. 나는 경리단 길은 가로수길 보다 좀 나은가 물었다. 가로수길은 연전에 가봤는데 영 번잡스럽기만 하고 정신머리 사나워서 그저 그랬던 기억이 있다. 경리단길은 괜찮다고 그는 말했다. 이태원에서는 낮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그는 말했다. 이태원 낮술, 뭔가 낭만적인 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