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카톡으로, 누군가의 대표이사 취임 소식을 전해 듣고, 카톡으로 누군가의 부음을 듣는다. 일요일 아침이고 아내는 성당에 간다. 큰 아들은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 했다. 막내는 식탁에서 빵 먹는다. 딸은 잔다. 입안에 남은, 식은 커피맛이 쓰다. 축하합니다, 라는 문장이 단톡방에 몇 개 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문장이 잠시, 다른 단톡방에 줄지어 뜬다.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의 오래 전의 글 몇 개를 검색해서 읽는다. 가슴 아픈 글이다. 나는 위로하는 문장도 축하하는 문장도 쓰지 못한다. 고양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뚫고 들어오는 겨울 햇살이 하얗다. 나는 부끄럽고 죽고 싶고 살고 싶다.

Posted in 블루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