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갈등

뭘 해도 안 되는 날들이다. 읽어도 읽히지 않고 써도 씌이지 않으며 잠들어도 잠들지 않고 의식해도 의식되지 않는다. 신경이 온통, 정신이 몽땅, 존재가 통째로 그곳으로 가 있다. 나는 내 삶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나는 내 존재를 부분적으로 긍정한다. 어느 것도 나는 아니며 모든 것이 나이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누구라도 만나고 싶다. 먹어도 먹지 않고 자도 자지 않는다. 그곳에 가자. 있으나 없는 곳. 이 생에 나는 너를 제법 만났으나 결코 너를 만난 적이 없다. 죽어도 좋으나 살고 싶었다. 오래된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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