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굴 메모

나, 오래도록 갱도를 파들어갔으나
아무데도 당도하지 못했다.
‘여기가 막다른 곳이로구나.’
그 어둡고 긴 갱도를 거슬러 나오며
나, 괴로웠다고 말해야 하나.
그로부터 다시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내 가슴에는 아직 비밀의 동굴이 남아 있어
나, 가끔 동굴의 입구에 서서
저 어두운 안쪽을 들여다 본다.
그러나 들여다 보기만 할 뿐
저 안으로, 저 텅 빈 내부로 들어가 볼 용기는 없다.
어쩌면 저 속에는 내가 아직도
저쪽으로 통로를 만들지 못했던 내가 여전히
절망적으로 굴을 파고 있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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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난 언제나 내 내부가 텅비기를 바랬어요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저 텅텅텅 소리만 내기를…
    그런데 내 내부에는 온갖 잡다한 것들이
    웅성웅성 모여서 개기고 있어요
    내 언젠가는 너희들을 싸그리 처분하리라
    다짐을 하고 하여도 그들은 여전히 쫑알쫑알
    지가 무슨 재주로 우리를 몰아내?
    이러고 있어요 발칙한 것들이 그러고 살아요
    전 그걸 견디는게 저의 인생이라고
    그렇게 체념하고 살아요 결국
    난 인생의 나체를 못 볼 것 같아요
    벌거벗고 사는게 결국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요즘 자꾸 그렇게 느껴요 그러니까
    인생은 어쩌면 옆에서 누가 뭐라는게 전혀 상관없는 건데
    아직 인생을 모르는 내가 이게
    내 운명인데 어쩌겄냐? 는 생각 또한 없는 건 아닌데
    적어도 이건 아니지 하고 제지하는 넘이
    제 안에 살고 있다는 게 결국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건 더 세월이 지나야 알겠지요
    말하자면 소주 1병에 거나해서
    갑자기 수다스러워진 내가 불행이냐? 다행이냐?
    라고 자신에게 묻는 게 얼마나 우매한지 알고 있다는
    내가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무얼 말하는지 모르는 이런 댓글이
    독도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겐지 라고 쓰다가
    또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내 내부가 불타서 재만 남는다해도 텅 비기를….
    그런 내부로 단순해지기를….
    오늘도 기도해요 신이 아닌 인간들에게

  2. (요약) 나는 내 내부를 비우려하나 나의 내부는 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체념하고 그냥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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