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저벅저벅
감옥의 낭하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쓸쓸했을까? 아팠을까?
감옥에 다녀온 적이 없으니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저벅저벅
아파트 계단을 올라와
딸아이에게 가족 이외의 그 누구 앞에서도
절대로 죽어도 발음하면 안된다고 말한
몇 자리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다. 환한 거실이다. 아빠! 하고 부르며
달려올 아이들이 다 잠든 조용한 거실이다.
나는 살그머니 안방문을 연다. 그리고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넷.
아내와 아이 셋이 아무렇게나 잠들어 있다.
17인치 컴퓨터 LCD 모니터가 아직 환하다.
아내가 나를 위해 끄지 않고 남겨둔 것이다.
나는 씻지도 아니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단골로 드나드는 몇 개의 사이트를 둘러본다.
돌아 앉은 이는 여전히 돌아 앉아 있고
쉬는 이는 여전히 쉬고 있다.
바다를 보고 온 이는 바다를 올려 놓았고,
오랜 만에 시를 읽은 이는 시를 올려 놓았다.
그 모든 빈 집에 다 들러 나는 댓글도 없이 안녕을 한다.
안녕, 안녕, 안녕.
너도 나도 저지르지 못하고 보낸 하루여!
그래도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다.
지구 저쪽 누구는 메신저로 r u there?
하며 안부를 물었고,
천상병은 아니지만 사람을 만나 가난한 술을 마셨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차례대로 안녕을 하고
천천히 하루를 닫는다.
물론 당신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하루의 컴퓨터를 끄는 것은 나의 일이다.

Posted in 블루 노트.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