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

아이들 등쌀에 단발 고무줄총을 급조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이들 다 데리고 13:30까지 성당으로 오라는 아내의 명령이다.
물론 나는 삐딱하다.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아내가 재빠르게 대답한다.
“계란 준대.”
“오, 계란을 공짜로 줘? 그럼, 가야지. 알았어.”
전화를 끊고 나니 왠지 당했다는 느낌도 들고
내가 사실은 퍽 단순한 인간이라는 자각도 든다.

계란 얻어 먹으러 가려면 앞으로도 70분이나 남았다.
이 사실을 공표하면 저것들이 좋다고 시끄럽게 떠들어댈터이니
출발 직전까지 비밀에 부쳐야겠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이렇게 써야겠다.
오늘 밤에도 낮에 먹은 계란이 바람에 스치운다

Posted in 블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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