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제가 쓰던 방에는 상우네 꺼보다 더 큰 창문이 있었는데요
어머니는 그 창문에서 잘 보이도록 해마다 나팔꽃을 심으셨고요
저는 그 창문 옆에 책상을 놓고 심란한 청춘의 담배만 피워댔드랬죠
어느 해 그 창문 창살에 거미줄이 쳐지고
그 거미줄에 꿀벌이 반쯤 먹힌 채 매달려 있었고요
바람 불고 비가 내리면 그 창문에 대추나무 그림자가 불안스레 흔들렸드랬죠
창문 너머 담장 아래 골목에는 보안등 하나가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고요
자려고 불을 끄면 그 보안등의 불빛이 천장에 또 불안스레 어른거렸드랬죠
그때 이런 걸 썼었드랬죠
“바람이 검은 나뭇잎 사이를 서걱거리며 지나갔다 골목길 보안등의 치마 불빛 속으로 이따금 불나방들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눈부신 은빛 날개를 파르르 떨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투신해갔다 그 풍경위로 빗금을 그으며 비가 내렸다”
에잇, 그만 할래요, 그만 잘래요, 괴로왔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괴로워요.
─ 넌꾸님의 중부지방 새벽에 많은 비에 대한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