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하다 2

가령, 나는 말해도 말하지 않는다. 이미지한다. 그러니 상대는 모른다. 내 중차대한 의미가 무슨 어이 없는 의미인지 알아 먹기도 힘든 판에 항차 내가 이미지하고 자빠졌으니 내 흔해 빠진 이미지가 무슨 뇌쇄적인 이미지인지 상대가 알 길이, 알 턱이, 알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다. 물론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의미하지 않고 이미지하기 때문이다.

이미지하다

점심 먹으러가다가 문득 ‘이미지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미지하다? 재밌는데, 영어에서 image를 동사로 쓰기도 하나? 사전 찾아봐야지. 아무튼 한국에서는 그렇게 사용한 예를 본 적이 없으니 내가 처음 써야겠다. 그런데 ‘이미지하다’가 무슨 뜻이지? 알게 뭐야? 방금 태어난 말인데… 그렇다면 ‘이미지하다’로 무얼 의미할 수 있지? 알게 뭐야? 내가 의미하고 싶은 걸 의미하면 그만이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의미하고 싶은 의미를 받아들일까? 알게 뭐야? 지들이 이미지하겠지. 거럼. 자, 말을 만들어 봐야지.

i image, therefore i am.
우리 이미지하러 가자.
너는 너무 이미지한 거 같아.
오늘도 이미지하게 하옵시고.
날씨 미치게 이미지하군.
나는 너를 이미지하고 있어.

이렇게 시시껄렁한 말장난이나 하다가 나는 어제 신문에서 본 어느 광고를, 아니 광고라기보다는 그 광고 속의 모델을 떠올렸다. 그 광고는 B3, B5, B7 이렇게 세 개 면의 우하단에 9단 21cm의 크기로 게재되어 있었는데, 광고기획자들이 의도했던 대로 나는 처음에 B3면에서 그녀를 보았고(예쁘다),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그런가보다하고 시시껄렁한 기사를 읽다가 무심코 신문을 한 장 넘겼을 때 B5면에서 그녀를 또 보았고(역시 예쁘다), 그제서야 다음 장에도 그녀가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설레임과 광고에 ‘당했다’는 씁쓸한 마음으로 B7면을 펼쳤고 예상대로 그녀를 또 보았던(정말 예쁘다)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미지했던 것이다.

결심

내가 가장 마지막에 한 결심은 두번 다시 아무런 결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 마지막 결심에 새로운 결심 하나를 보태기로 했다. 육체적으로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벌써부터 배고프다.

연락 連絡

1.
친구가 좋지 않은 일을 당했는데 당신에게는 연락이 없었다면 당신은 그 친구(들)에게 ‘아웃’된 것이다. 나는 원아웃이다.

2.
외국 나가 있는 친구가 한국에 다녀가게 되서 친구들끼리 모여 술 한잔 했는데, 당신은 커뮤너티 게시판에다가 그 친구에게 언제 한번 안 들어오냐고 묻고 있다면 당신은 그 친구(들)에게 ‘아웃’된 것이다. 그도 원아웃이다.

3.
연락하고 살자.
(이건 순전히 나한테 하는 소리다.)

내 몸은 무섭다. 내 몸은 밥을 원하고, 여자를 원하고, 잠을 원한다. 이게 전부다. 나는 정신이 아니다. 나는 몸이다. 나는 내 몸이다. 내 몸이 허용하는 만큼만 나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