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러가다가 문득 ‘이미지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미지하다? 재밌는데, 영어에서 image를 동사로 쓰기도 하나? 사전 찾아봐야지. 아무튼 한국에서는 그렇게 사용한 예를 본 적이 없으니 내가 처음 써야겠다. 그런데 ‘이미지하다’가 무슨 뜻이지? 알게 뭐야? 방금 태어난 말인데… 그렇다면 ‘이미지하다’로 무얼 의미할 수 있지? 알게 뭐야? 내가 의미하고 싶은 걸 의미하면 그만이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의미하고 싶은 의미를 받아들일까? 알게 뭐야? 지들이 이미지하겠지. 거럼. 자, 말을 만들어 봐야지.
i image, therefore i am.
우리 이미지하러 가자.
너는 너무 이미지한 거 같아.
오늘도 이미지하게 하옵시고.
날씨 미치게 이미지하군.
나는 너를 이미지하고 있어.
이렇게 시시껄렁한 말장난이나 하다가 나는 어제 신문에서 본 어느 광고를, 아니 광고라기보다는 그 광고 속의 모델을 떠올렸다. 그 광고는 B3, B5, B7 이렇게 세 개 면의 우하단에 9단 21cm의 크기로 게재되어 있었는데, 광고기획자들이 의도했던 대로 나는 처음에 B3면에서 그녀를 보았고(예쁘다),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그런가보다하고 시시껄렁한 기사를 읽다가 무심코 신문을 한 장 넘겼을 때 B5면에서 그녀를 또 보았고(역시 예쁘다), 그제서야 다음 장에도 그녀가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설레임과 광고에 ‘당했다’는 씁쓸한 마음으로 B7면을 펼쳤고 예상대로 그녀를 또 보았던(정말 예쁘다)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이미지했던 것이다.
李未知라는 여자 이름이 자꾸 떠오른다는…
그런 이름을 가진 팜므 파탈…
李未知라. 이름 한 번 겸손하군. 아직 모른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