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부딪히거나 맞아서 피부에 퍼렇게 맺힌 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 제목이 참 강하다.

의미

1.
의미. 언제나 이게 문제다.

2.
“이 문장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내가 이 문장을 사용해서 전달하고 싶은 바의 ‘무의미’를 의미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율배반의 문장이 된다. 반면 “이오자가낳 암앚이쟈노.”라는 문장은 ─ 이거 문장 맞다. 따지지 마라. ─ 내가 의미하는 ‘무의미’그 자체이지만 기호로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기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 이게 문제다.

3.
“무의미하다”는 “무가치하다”의 의미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다”는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4.
인터넷에는 무의미한 사진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말할 때 나는 분명 바로 앞의 문장을 “인터넷에는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사진이 너무 많다.”는 뜻으로 썼다.

5.
그렇다면 하나 묻노니, 사진이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먼저여야 한다.

6.
이렇듯 어떤 대상의 의미를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이른다.

7.
그래서 의미. 언제나 이게 문제다.

8.
그러니 어느 경우에든 상대방에게 “당신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였나요?”하는 식의 질문 따위는 던지지 마라.

자유

표현의 자유
자유민주연합
자유수호연맹
자유의지
한국자유총연맹
민주자유당
자유형
금리자유화
자유의 여신상
자유부인
두발자유화
자유민주주의
자유기고가
자유이용권
자유투
자유무역협정
교복자유화
자유로
자유시간
자유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자유종
처음 만나는 자유
자유센타웨딩홀
자유시
자유낙하운동
지체부자유
자유게시판
금리자유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따위

여자는 더 이상 이혼남이나 상처한 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따위의 일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는 이 집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밥투정 따위나 하는 아버지가 사라지기만 하면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을 것이다.’

여자의 기분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오빠와 올케들은 쉴새없이 선본 남자는 어떻게 되었냐, 네 나이가 몇인데 고르냐, 남자들 살다보면 다 같다는 식의 얘기들을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이정은, ‘붉은 끈끈이주걱’, <문예중앙>104, 2003 겨울

나는 지금 자전거 박물관에서 크랭커-31이라는 자전거의 설명을 듣도 있는 중이다. 박물관에는 하루에 한 번 자전거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는데, 운 좋게도 그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설명을 듣는 사람은 나를 포하해봤자 세 명뿐이다. 하긴, 평일 한낮에 자전거의 역사 따위를 듣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김중혁, ‘바나나 주식회사’, <문학과 사회> 64, 2003 겨울

마루 위엔 사람의 손을 닮은 흉칙한 얼룩이 생기는 동안
두 명의 경관이 들어와 느릿느릿 대화를 나눈다
어느 고장이건 한두 개쯤 이런 빈집이 있더군,
따위 미치광이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와 죽어갈까

//기형도, ‘죽은 구름’, <입속의 검은 잎>, 문학과 지성

“나는 이해되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상황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지. 나는 눈보라 장면을 관찰하기 위해서 선원들에게 날 돛대에 잡아매게 했지. 난 묶인 채로 네 시간을 보냈고, 그 눈보라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것을 꼭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느꼈지.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그리을 좋아해야할 필요 따위는 없다네.”

Snowstorm, 1842; Oil on canvas, 91.5 x 122 cm

//Turner, John Mallord William (1775-1851). 존 버거(지음), 박범수(옮김) <<본다는 것의 의미(원제: About Looking)>>, 동문선, 2000년 초판, 2002년 2쇄, p214에서 재인용

엄마

불행하게도 ─ 하하, 불행하게도라고? ─, 내가 내 생애에 처음으로 발음한 완전한 단어는 ‘열쇠’라든가 ‘꿈’이라든가 하는, 문학적 재능의 징후를 보여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엄마’였다.

─이인성, <한없이 낮은 숨결>, 문학과지성사,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