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1.
의미. 언제나 이게 문제다.

2.
“이 문장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내가 이 문장을 사용해서 전달하고 싶은 바의 ‘무의미’를 의미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율배반의 문장이 된다. 반면 “이오자가낳 암앚이쟈노.”라는 문장은 ─ 이거 문장 맞다. 따지지 마라. ─ 내가 의미하는 ‘무의미’그 자체이지만 기호로서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기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 이게 문제다.

3.
“무의미하다”는 “무가치하다”의 의미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의미가 있다”는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4.
인터넷에는 무의미한 사진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말할 때 나는 분명 바로 앞의 문장을 “인터넷에는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사진이 너무 많다.”는 뜻으로 썼다.

5.
그렇다면 하나 묻노니, 사진이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먼저여야 한다.

6.
이렇듯 어떤 대상의 의미를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이른다.

7.
그래서 의미. 언제나 이게 문제다.

8.
그러니 어느 경우에든 상대방에게 “당신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였나요?”하는 식의 질문 따위는 던지지 마라.

Posted in 따위語 사전.

0 Comments

  1. ‘의미’를 의식하는 순간부터…인간은 불행한 삶을 살기 시작하는 거다…
    중삐리 시절…서가를 메우고 있었던 한국문학전집/세계문학전집을 들추기 시작하면서…
    고삐리 시절…불온한 내용을 담은 시집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의미, 이 도시의 의미, 이 뉴스의 의미, 이 관계의 의미…
    그 무수한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내 삶은 불행해졌다고 보는 게 옳다…
    이 모든 불행이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내게도 그런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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